새 정부의 정책 목표인 전국 250만호 공급을 위한 본격적인 닻이 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청년 원가주택 공급 등을 구체화하면서 수위와 방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아파트를 재건축 규제 완화 1호 사업장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인수위가 적절하게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6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구성한 '도심주택 공급 실행 태스크포스' 1차 회의에서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역세권 첫집 주택, 청년 원가주택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인 수도권 130만, 전국 250만 가구 공급을 위한 과제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건 역세권 첫집과 청년 원가주택에 대한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다. 역세권 첫집은 기차역과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 역세권에 주택을 지어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분양가는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게 책정하되 국가와 지분을 공유해서 되팔 때 시세차익도 나누는 일종의 '토지임대부' 형태다. 청년원가주택은 택지비와 표춘건축비 등 최소한의 비용이 반영된 분양가로 내집마련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두 사업모델 모두 분양가의 20%를 내면 나머지 80%는 정부가 장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부동산 진입 문턱을 낮춰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임기 5년 내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은 20만호 공급을 공약한 바 있다. 해당 주택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 공급될 방침이어서 사업지 확보가 관건인 만큼 TF는 선도 사업부지 확보와 파급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와 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중점 논의사항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 준공 30년 이상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단지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을 통한 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했다.
정밀안전진단 면제가 처음 적용될 지역으로는 최근 집값 상승폭이 꺾이고 청약성적이 저조해 미분양 '줍줍'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거론된다. 노후 아파트 자체는 강남3구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들 지역은 집값이 견고해 재건축 규제를 갑자기 풀면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는 총 42만8002가구로, 노원구가 8만4279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강남구(4만7946가구), 송파구(4만1457가구), 도봉구(3만2804가구), 양천구(3만2148가구) 등이다.
노원구에서는 1991년 준공한 중계 무지개 아파트와 중계 주공4단지, 건영2단지 등이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해 재건축 추진이 좌절된 공릉 태릉우성아파트(1985년)도 인수위에서 재건축 완화 방침이 확정되면 재건축에 재도전한다. 도봉구에서는 쌍문한양 2·3·4차 아파트(1988년)가 예비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는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호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급격한 재건축 추진은 실거래가를 자극할 수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국토부와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 새 정부의 방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속도감 있는 부동산 정책 추진이 기대된다"면서 "다만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가 과도한 시장 기대감으로 이어져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적당한 줄을 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규제 완화가 가시화될수록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시점 조기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도 함께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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