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클라우드개발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클라우드 상품을 서비스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이에 맞게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인프라(IaaS)와 플랫폼(PaaS) 개발을 총괄한다. NHN의 여러 조직에서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만든다. 외부 고객이 어떤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한다고 요청하면 그런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획'도 센터의 일이다. 예를 들어 가상데스크톱환경(VDI) 같은 상품이 필요하다면 타사는 어떻게 이걸 제공하고 있는지, 우리가 제공하려면 화면과 인프라 등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어떻게 과금을 할지 결정한다."
Q. 시장이 인정한 NHN클라우드의 경쟁력은.
Q.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강점이 있다면.
"알림(Notification)류 서비스가 기존 사업자들의 동종 서비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오픈API 방식으로 고객사의 기존 서비스에 통합되기 쉬운 기능을 제공하고 이미 배달·커머스 업종의 대형 서비스에 많이 도입돼 우리 매출에 큰 비중을 일으키고 있다. 이 서비스로 단문메시지(SMS) 알림 기능을 처리할 때 이동통신사와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중개 업체를 거쳐 통신이 이뤄지는데, 이들의 인프라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고려해 이중화 등의 장치가 구성돼 있어 안정성과 확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산업계의 큰 화두인 AI·빅데이터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는 이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상당히 많이 제공될 것이다."
Q. NHN클라우드의 독립 출범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센터장으로서 생각하면 기술 분야 전문인력을 위해 더 적절한 인사제도와 복지제도가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이다. 더불어 직원들에게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더 명확한 커리어패스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생각한다. NHN이라는 회사는 게임, 커머스, 콘텐츠 등에 걸쳐 굉장히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이 운영되고 그게 실행될 수 있게끔 서비스가 구축되려면 NHN클라우드 같은 조직의 개발인력이나 기술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각각의 조직에서 실무적으로 중심이 되는 인재를 고려한 인사·복지 제도와, 개발자 등 기술을 다루는 인력을 고려한 제도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 시스템SW 개발만 20여년…클라우드 개발조직 수장으로
전 센터장은 1999년부터 23년째 소프트웨어(SW) 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통(通)'이다.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같은 시스템SW 분야에서 전문성을 다져 왔다. 그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시스템SW 전문기업인 티맥스소프트에서 책임급 개발자로 일했다. 지금의 네이버가 NHN과 한 몸이었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네이버 DBMS개발랩에 있었고, 2013년 4월부터 NHN 클라우드개발센터장을 맡았다.
Q. 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최종 목표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명제는 단순한데 이걸 달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클라우드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 서비스의 내부적인 안정화도 필요하지만 고객에게 이중화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설계구조를 마련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고객에게 이중화 구성과 같은 조언을 직접 제시하는 곳으로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기술센터가 있다."
Q. 센터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발전해 왔나.
"NHN과 네이버가 분리될 때 '클라우드(개발)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 5명이 모였다. 사실상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이들이 모여서 개발을 시작했으니 얼마나 어려웠겠나. 이전까지 나는 DBMS를 개발했던 사람이고 나머지 네 명은 검색 쪽에 있던 사람들이다. 초기 단계는 기획의 중요성보다는 기술이 더 중시됐던 시기였다. 클라우드에서 꼭 필요한 빌딩블록(기본 구성요소) 위주로 얼기설기 개발해 나갔다. 정책이나 화면(UI)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까지 고민할 수 있는 전문가는 따로 없었고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뒤 점점 개발 인력이 늘고 서비스와 전담 기획자, 품질관리(QA) 담당자, UI·콘솔 전문가도 보강돼 지금의 조직 구조가 갖춰졌다."
Q. 조직장으로서 고민이 있다면.
"좋은 인재 확보와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다. 우리가 뛰어난 인재들을 어느 정도 키워 놓으면 이들은 더 나은 처우를 받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요즘 우리 눈높이에 맞게 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이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건강한 조직은 이들이 나가면 어느 정도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고 성장하는 것처럼 선순환하는 것이 맞지만, 각각의 직원을 잘 돌보고 성장시키는 조직장으로서는 이들이 나가면 그에 따른 상실감도 크다. 다른 고민 하나는 NHN클라우드에 쏟아지는 수만 가지의 기술 개발 요구사항을 소화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다. 현재 인력 규모로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 들어올 때도 있고, 방향성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 SW개발, 전공 중요하지만 사고력·학습의지 필요
Q.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고 SW개발에 수십 년간 종사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있다. 사실 많다. 게임 업종은 특히 그런 것 같다. 통계학과뿐 아니라 수학과 전공자도 꽤 있고. 어떤 분은 불문과, 어떤 분은 해양선박과 전공이다. 굳이 SW개발과의 접점을 찾자면 통계학과에선 '포트란'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약간 다룬다. 실제 SW개발 업무와는 많이 다르고 실제 관련성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주변의 '전공자'를 보면 (전산학과 등) 전공을 졸업하고 개발자 커리어패스를 밟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
Q. 전공이 SW개발자가 되는 데 중요한 것은 아닌가.
"전공은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계속해서 개발과 IT 분야에 관심을 갖느냐, 뭔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느냐, 이런 것도 있어야 한다. 논리적인 사고력도 필요하다. 검은 화면에 흰 글씨를 들여다보는 것만이 개발은 아니다. (구현해야 하는 기술을)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구조화해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SW개발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아도) IT분야에서 얼마든지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과거에 내린 가장 잘한 결정은.
"인턴을 마치고 분당 정자동에서 인천 영종도로 출퇴근해야 하는 곳에서 개발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두 번째 직장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었다. 한 곳은 규모가 작은 모바일 개발 분야 회사였고 곧바로 내가 원하는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른 쪽은 내가 원하는 개발을 할 수 없지만 규모가 좀 더 큰 곳이었고. 좀 더 배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큰 회사를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업무가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나도 실제로 힘들게 다녔지만, 다니는 동안 굉장히 많이 배웠다. 개발자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지식의 기반을 그때 많이 닦았다고 생각한다."
◆ "몰입할 땐 하되 일과 나를 분리할 줄도 알아야"
전 센터장은 동료와 후배들에게 업무를 대하는 태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과거 자신도 '워커홀릭'으로 살았지만, 업무에 필요한 기술 지식을 꾸준히 쌓는 것과 주어진 업무 과제에 몰입하는 것만큼 일과 자신을 떨어뜨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Q. 동료나 후배에게 추천할 책이 있는지.
"일할 땐 일에 몰입을 하는 게 맞지만 일과 나를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때 심적으로 힘들어진다. 과거의 내가 그런 것을 많이 겪었고 어느 순간 (일과) 나를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뒤에 괜찮아졌다. IT업계 종사자라면 일에 관련된 책은 각자 알아서 잘 볼 것이라 본다. 그래서 일과 자신을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에세이나 시집을 많이 권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산문집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이 좋았다."
Q. 장기적인 인생 목표와 삶의 신조가 궁금하다.
"자신이 그간 힘들지만 잘 살아 왔다고 돌아보면서 은퇴를 하는 것이 목표다. 한동안 워커홀릭으로 살아 왔는데 수년 전부터 일과 자신을 조금씩 분리해 보고 있다. 좀 조용한 곳에서 정원 가꾸면서 유유자적한,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자신이 꿈꾸는 게 있을 때 그걸 되뇌어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자신이 그걸 위해 노력하는 점도 있겠고, 친구나 동료가 그걸 알고 있다면, 평소에 그와 관련된 연결고리나 실마리를 찾도록 주위에서 도와 줄 수 있다.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뭔가에 꽂혀 있고 계속 그걸 생각하다 보면 결국 이뤄진다."
Q. 여성IT인으로서 경력단절의 위기나 고충이 없었나.
"경력단절 위기가 내게는 없었다. 동료나 지인들에게도 없었던 것 같다. 센터 내에 임신한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재택하면서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조정이 되고 있다. 이들이 휴직과 복직을 할 수 있도록 항상 고려가 되고 있다. 이것은 배려라기보다는 당연히 이렇게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하는, 기회의 차별이라든지 이런 것을 느낀 적은 없다. 다만 업무 간에 소통하는 과정에 딱딱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과거에 내가 여성이라서 무시당했나 싶을 때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고, 지금은 아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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