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연봉 다 올랐는데...미궁에 빠진 삼성전자 임금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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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4-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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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협의회와 협상, 사상 처음 3월 넘겨...삼성SDI 등 계열사까지 지연돼

‘LG전자도 올렸는데, 우리는 뭐하는지···.’ 삼성전자가 3월을 훌쩍 넘긴 임금 협상으로 인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매년 늦어도 3월 말 마무리됐던 삼성전자 임금 협상이 4월 들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두고 지난 8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노사협의회를 통해 2~3월 중 당해 연도 임금인상률을 확정하고 새 임금을 3월 월급날(21일)부터 지급했는데 올해처럼 임금협상이 4월까지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깃발 [사진=석유선 기자]


연초부터 협상을 벌여온 노사협의회는 임금인상률과 복리후생 개선안을 두고 사측과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인 2022년도 임금인상률을 두고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평균 7.5%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최근에는 조합원 4500명 규모인 삼성전자 4대 노조가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점도 복병이다. 노조는 임금 인상, 복지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협의회의 향후 협상은 더욱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조는 최근 대표이사까지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해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지난달 18일 직접 노조를 만나기도 했지만 임금교섭이 아닌 의견 교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업무 강도는 높지만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업계 최고 보상 우위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 등 IT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앞세워 인재 모으기에 나서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보상 우위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쟁사들도 잇달아 연봉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평균 임금인상률을 8.2%로 확정해 신입사원은 4900만원을 받는다. LG전자는 작년에도 평균 인상률 9%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올려 삼성전자(약 4800만원)를 추월했다. DB하이텍도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해 삼성전자와 동급으로 맞췄다.

삼성전자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자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전자계열사들 임금 협상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정한 당해 연도 임금인상률을 기초로 각사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는데,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임금인상률을 정하지 못하면서 이들 회사 임금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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