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레그 우스텐코 우크라이나 정부 수석 경제보좌관이 이들 중개업체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레그 우스텐코 경제 보좌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개업체들이 (러시아와) 거래하고 있으며, 그들이 러시아가 피 묻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중개업체)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이들 4개 기업이 당장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싱크탱크인 브뤼헐 등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에 석유, 가스, 석유제품을 팔아, 하루 8억5000만 달러(1조457억원)를 벌어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FT는 전했다.
국제자원개발 감시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가 레피니티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다음부터 지난 3월 말까지 글렌코어, 비톨, 트라피구라, 건보 4개 기업은 러시아 항구에서 약 200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석유제품을 실은 유조선 33척을 전 세계로 보냈다. 이들 물량에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산 석유도 있지만, 러시아 항구에서 실린 석유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주요 원자재 중개업체들은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 새로운 거래를 중단했다고 하면서도 전쟁 전에 체결된 장기 계약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비톨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는 새로운 석유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며 "별도의 지시가 없는 한 러시아산 원유와 제품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트라피구라는 "러시아에서 어떤 새로운 석유와 가스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침공 전보다 적은 양의 러시아 원유를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보는 ”어떤 새로운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 기존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글렌코어는 러시아 상품에 관한 새로운 무역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스텐코 보좌관은 중개업체들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각국 정부에 석유 불매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자체 제재를 가하거나 자국 정부에 금수 조치를 도입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 수출을 추적하기 위해 글로벌 위트니스와 데이터 분석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FT)를 구성했다.
한편, 세계은행(WB)은 올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45.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월만 해도 WB는 올해 우크라이나 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WB는 이번 전쟁으로 철도와 다리, 항만, 도로 등 우크라이나의 생산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많은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하루 5.5달러(약 6760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빈곤층 비율은 전쟁 전에는 1.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9.8%로 치솟을 것으로도 WB는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국민과 경제를 위한 즉각적인 원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WB는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1.2%를 기록하면서 역내 수요와 일자리, 소득이 감소하고 빈곤율과 물가는 급등하며 공급망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WB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내 신흥개발도상국의 경제가 4.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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