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하르키우주 이지움 근처에서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부 돈바스 서쪽에 있는 소도시인 이지움은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가는 길목으로, 슬라뱐스크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는 전략 요충지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러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마을 벨리키 부를루크에서 하르키우를 향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13km 길이의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확인된다. 장갑차와 포, 지원 장비를 견인하는 트럭 등으로, 러시아군이 동부지역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기 위해 병력을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러시아군 TV 방송에 나온 영상을 보면, 키이우 주변 지역에서 철수한 병력에 더해 새로운 러시아 탱크와 포병 부대가 최근 며칠간 우크라이나 도시 이지움 북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군이 후퇴한 후 되찾은 북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돈바스로 전투 부대를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투 시기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가 즉시 가용 병력을 동원해 세를 펼치거나, 북부 우크라이나에서 피해를 입은 부대를 재건하기 위해 몇 주 동안 기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북부에서 입은 타격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예비군 6만명을 동원하려 한다고 WSJ에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서방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주말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 지역 및 하르키우 지역에서 모든 민간인에게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철도 거점과 주요 인프라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돈바스 크라마토르스크의 철도역에서 발생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57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근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보급 요충지 드니프로의 공항과 파블로흐라드의 공업시설을 이날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에 새로 임명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총괄 사령관인 알렉산드로 드보르니코프 남부 군관구 사령관은 민간인들에 더 잔인한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0세인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은 지난 2015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 러시아군을 보낼 때 초대 사령관을 지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군은 시리아에서 민간인들에게 야만적 행위를 한 경력이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행위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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