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남는게 없다"···석유화학업계, 유가상승·공급과잉 '2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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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4-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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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만에 中 PE·글로벌 NCC 제품 급등

  • 생산량 늘었지만 판매처는 줄어든 상황

  • 전쟁·유가상승에 나프타 가격 천정부지

  • "NCC 시설가동률 등 낮춰야 수익성 개선"

2020~2021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어느 업종보다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업계가 국제유가 상승, 공급과잉으로 인해 물건을 팔고도 손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원료 가격은 이미 역대급으로 치솟았지만 상품에 인상분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폴리에틸렌(PE) 생산량은 2020년과 비교해 43% 증가했다. 중국의 생산량 증가는 아시아 역내 공급과잉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들 역시 지난해부터 증설을 마치고 본격 생산에 돌입해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PE는 폴리프로필렌(PP)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석유화학 원료로 밀도에 따라 봉투, 액체 보관용기, 호수, 끈부터 시작해 베어링, 기어 등 기계부품에도 사용된다. 특히 위생장갑, 주사기 등 의료용품의 원료이기도 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공급이 부족할 정도였다.
 
석유 부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프타가 PE와 PP의 기초 재료다.
 
문제는 글로벌 NCC(나프타분해공장) 제품 생산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공급과잉이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LG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도 지난해부터 NCC 증설계획을 마치고 상업생산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국내 NCC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E 증설 예정 물량은 1232만톤(t)으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판매처는 오히려 감소했다. 주요 판매처인 중국이 자체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입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월평균 PE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5일 기준 국내 공업용 나프타의 도매가격은 리터(ℓ)당 748원으로 전년 동기(419원) 대비 78.52%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석유 재고 감소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100달러 전후를 기록함에 따라 부산물 역시 가격이 크게 뛴 상황이다.
 
나프타로 만드는 주요 소비재 가격 상승 폭이 여기에 도달하지 않은 만큼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업계는 견조한 수요가 있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분을 제품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현실화된 공급과잉 시장으로 인해 실상은 손해를 보더라도 물건을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분기 들어서는 전기료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가격 인상, 유류비 증가 등으로 인해 가계소비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은 공급 감소만이 대안이라는 판단하에 NCC 시설 가동률을 낮추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어디 NCC 공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급과잉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내리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그나마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천 NCC 제2공장 전경 [사진=여천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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