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벽 4시부터 줄 섰어요"...'샤넬 오픈런' 뺨치는 '포켓몬빵'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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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2-04-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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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6개 묶음 판매' 월계 이마트 트레이더스 가보니

  • 아침에 예약번호 받고, 매장 오픈 15분 만에 매진

  • 품귀 현상에 '포켓몬빵' 인기 10대로 확산..."손주 주려고" 할머니도 대기

  • 전문가 "포켓몬빵 현상, 또 다른 열풍 나오기 전까지 지속될 듯"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11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에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이날 트레이더스 월계점에서는 80여 묶음의 포켓몬빵을 판매했다. 1인 1묶음만 구매할 수 있고, 이마저도 새벽부터 대기표를 받은 사람에 한정했다.[사진=신보훈 기자]

11일 오전 7시,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 출입구 앞엔 벌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포켓몬빵'을 1인 6개들이 패키지로 판매한다는 소식에 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오픈런'이 이어졌다. 가장 앞줄에는 20~30대 소비자들이 포진했지만, 대기 줄 곳곳에는 7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10대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포켓몬빵 열풍은 MZ세대의 ‘추억 소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 세대에 걸친 ‘현상’이 됐다.
 
이날 가장 앞줄에서 기다리고 있던 30대 남성은 “새벽 4시부터 도착해 대기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의 개점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오전 8시 30분경부터 배부하는 순번표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대기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줄을 선 사람은 100여 명에 달했다.
 
3~4시간씩 기다릴 각오로 여행용 조립 의자와 엉덩이 패드를 준비해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스티로폼 박스에 몸을 의지하며 긴 시간을 대기하던 노년의 부부는 “손주 선물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새벽부터 줄을 선 대기자들. 가장 먼저 매장에 도착한 대기자 중 한 명은 새벽 4시에 도착했다. 오전 8시 30분 경에는 직원들이 번호표를 배부하며, 1시간 반 뒤인 오전 10시부터 포켓몬빵 판매를 시작한다. 이날은 오전 8시에 도착한 대기자도 번호표를 받는 데 성공했다.[사진=신보훈 기자]


자녀를 데리고 서 있는 학부모들도 간간이 있었다. 포켓몬빵에 대해 큰 관심은 없지만, 아이들이 갖고 싶어해 '오픈런'에 동참한 신규 소비층이었다. 노원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40대 여성은 “포켓몬빵이 하도 인기라고 해서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지 몰랐다”며 “요즘에는 (초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꼭 구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트레이더스에서 묶음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일찌감치 나왔다”고 말했다.
 
대기 번호표를 받은 대기자들은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번호표의 유효 시간은 단 15분. 트레이더스 직원들은 “10시 15분까지 포켓몬빵 수령을 완료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새벽 4시에 도착한 대기자는 무려 6시간이나 기다려서야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셈이다.
 
시간을 맞추지 못한 사람이 발생해 현장에서 번호표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장 오픈 10분 전부터 번호표와 포켓몬빵을 교환하려는 소비자들이 다시 길게 줄을 만들었다. 6개 묶음 제품은 할인이 적용돼 최종 가격은 7180원. 편의점에서는 개당 1500원씩 판매하고 있으니 약 1800원 저렴하다. 낱개로 사거나 빵 종류를 고를 수는 없지만, 대부분 만족한 표정으로 제품을 가져갔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번호표가 없으면 포켓몬빵 묶음을 살 수 없다. 재고가 남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오늘은 83명이 번호표를 받고 제품을 수령했다. (SPC삼립에서) 납품받는 양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재고는 유동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가 돼서야 진짜 포켓몬빵을 손에 쥘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번호표와 제품 교환은 단 15분 만에 끝났다. 80개가 넘는 포켓몬빵 묶음 쟁탈전은 '샤넬 오픈런' 인기 못지않았다.[사진=신보훈 기자]

지난 2월 24일, SPC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43일 만에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달 초에는 신제품 4종까지 내놨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추억을 소환한 포켓몬빵이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인기가 장기간 이어지자 포켓몬스터에 대한 추억이 없는 10대 사이에서도 ‘인기템’으로 자리 잡았다. ‘띠부띠부씰’이라는 캐릭터 스티커와 더불어 운이 좋은 소수만 획득할 수 있는 ‘희귀템’ 이미지까지 생기면서 소비층은 더 확대됐다. 포켓몬빵 열풍에 불을 붙인 건 MZ세대였지만, 재출시 50여 일이 지난 지금 그 인기를 확산·지속시키고 있는 힘은 10대로 확장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특징은 인터넷에서 어떤 열풍을 주도하고,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명품 오픈런, 음식점 줄 서기, 호텔 빙수 찾기 등으로 만들어 낸다. 이전의 오픈런과 포켓몬빵 열풍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15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 덕분에 10대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0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띠부띠부씰)의 영향도 크다. 159종 캐릭터를 ‘득템’할 수 있는 놀이의 개념과 캐릭터와의 ‘동행’ 의미까지 더해졌다"며 "다른 열풍 나타나기 전까지는 포켓몬빵 현상이 상당 부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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