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앞줄에서 기다리고 있던 30대 남성은 “새벽 4시부터 도착해 대기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의 개점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오전 8시 30분경부터 배부하는 순번표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대기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줄을 선 사람은 100여 명에 달했다.
3~4시간씩 기다릴 각오로 여행용 조립 의자와 엉덩이 패드를 준비해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스티로폼 박스에 몸을 의지하며 긴 시간을 대기하던 노년의 부부는 “손주 선물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데리고 서 있는 학부모들도 간간이 있었다. 포켓몬빵에 대해 큰 관심은 없지만, 아이들이 갖고 싶어해 '오픈런'에 동참한 신규 소비층이었다. 노원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40대 여성은 “포켓몬빵이 하도 인기라고 해서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지 몰랐다”며 “요즘에는 (초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꼭 구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트레이더스에서 묶음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일찌감치 나왔다”고 말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한 사람이 발생해 현장에서 번호표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장 오픈 10분 전부터 번호표와 포켓몬빵을 교환하려는 소비자들이 다시 길게 줄을 만들었다. 6개 묶음 제품은 할인이 적용돼 최종 가격은 7180원. 편의점에서는 개당 1500원씩 판매하고 있으니 약 1800원 저렴하다. 낱개로 사거나 빵 종류를 고를 수는 없지만, 대부분 만족한 표정으로 제품을 가져갔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번호표가 없으면 포켓몬빵 묶음을 살 수 없다. 재고가 남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오늘은 83명이 번호표를 받고 제품을 수령했다. (SPC삼립에서) 납품받는 양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재고는 유동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특징은 인터넷에서 어떤 열풍을 주도하고,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명품 오픈런, 음식점 줄 서기, 호텔 빙수 찾기 등으로 만들어 낸다. 이전의 오픈런과 포켓몬빵 열풍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15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 덕분에 10대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0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띠부띠부씰)의 영향도 크다. 159종 캐릭터를 ‘득템’할 수 있는 놀이의 개념과 캐릭터와의 ‘동행’ 의미까지 더해졌다"며 "다른 열풍 나타나기 전까지는 포켓몬빵 현상이 상당 부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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