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세계 장수가족기업 경영자가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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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04-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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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사진=윤병섭 교수]


명가는 고유 생활양식을 기율과 풍속으로 완성해 다진 가족 내부 결의를 뼈대·근본으로 완성한 결속체다. 신념을 형이상학적 가치로 투영해 품위·전통을 권위와 존경에 담는다. 대를 거듭하며 지식체계를 축적하고 선대를 따르는 경영철학을 가풍으로 담는다.
 
1856년 설립한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가훈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이다. 100여 개 기업에 지분이 있어도 그룹 명칭을 쓰지 않는다. 5대에 걸쳐 경영권이 승계돼도 국민이 존경하는 가족기업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부모 도움 없이 중심가 금융회사에 입사해 실무 경험을 쌓는 게 후계자 요건 중 하나다. 매주 일요일에 존경받는 부자가 되려 행한 선조의 발자취를 기린다. 가훈의 의미를 깨닫고 앞으로 이룰 과제에 도덕적 의무 실천 방법을 대화로 교환한다.

1568년 설립한 독일 폰 포슁거는 자사의 모든 제품에 새기는 ‘P’가 왕실이 사용하는 ‘명품 유리제품’의 보증임을 가문의 자부심으로 드러낸다. 최고의 장인 육성 도제식 교육 결과물의 징표다. 이 가문은 가족신탁기금을 마련해 후손들이 재산분할을 하지 않고 온전히 가업을 잇게 한다. 후계자로 선택받지 못한 자손들에게 상속문제로 다투지 않도록 사업 물꼬를 터줘 자존심을 살리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사업의 어려움과 시련을 이해하는 가문으로부터 배우자를 간택하는 전략도 장수기업 비결의 하나다.

1639년 프랑스 알자스에 설립한 화이트와인 명가 위겔과 피스는 창업주의 11대 가족이 경영하고 있다. 월요일에 가족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가족 사이 끊임없이 소통해 갈등과 불협화음을 미리 해결하는 등 진정한 연대의식을 지닌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을 지키고 있다. 생산량을 줄이되 품질은 높여 고객에게 존귀하다는 이미지를 심는다. 이 명가는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가족경영 포도원의 모임인 프리뭄 파밀라이 비니 11개 회원사의 하나다.

1637년 도쿠가와 막부시대에 오쿠라 지에몬이 일본 교토 남부 ‘숨겨진 물의 풍요’를 뜻하는 후시미에서 양조장 가사기야를 창업해 사케 다마노이즈미를 빚어 겟케이칸(月桂冠)의 역사를 시작했다. 인생에서 자신의 사명에 꿈과 열정으로 임하는 사람이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고 경험한다는 오쿠라정신이 사원의 몸에 배어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최초 제품을 여럿 낳은 원동력이 됐다. 실패 사례는 후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 장부’를 만들어 전수한다. 영업활동 중 잘못한 일이나 술 빚을 때 주의할 점, 부주의로 인한 사고, 개선할 점 등을 가감 없이 기록한다. 에노키안협회 51개 회원사의 하나다.

세계 장수가족기업 경영자가 걷는 길이 몇 가지 있다. 사회 공헌과 책임을 얼마나 했는지, 공공의 선을 추구할 도덕적 의무 실천 역량과 자세가 가다듬어졌는지가 명문으로 명명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또 세계에서 장수하는 가족기업은 소유하며 경영하되 존경받는 부자가 되려 노력한다. 대를 이어 행한 가훈, 가족헌장, 사훈, 철학과 원칙 등에서 묻어나는 숨결을 느끼며 깨닫고 앞으로 이룰 과제에 반영해 실천함으로써 역사와 전통을 지킨다.
 
세계 장수가족기업은 고객에게 특별히 선택받은 소수다. 이 때문에 고귀하다는 이미지가 씌워있다. 희소성이 주는 브랜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제품 한땀 한땀 장인의 손을 거친 공정에 놀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집념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장수기업은 다음 세대가 계승하겠다는 적극적 승계 의지, 한 우물을 파면서 30년 이상 장기적인 사업계획의 수립, 분수에 맞는 점진적 성장과 불황에도 안정된 재무상태 유지, 협력사와 직원 등을 장기적 파트너십의 신뢰관계로 섬긴다. 명문으로 장수하려는 우리나라 가족기업에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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