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달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하면서 느지막하게 '봄 성수기' 분위기를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4월 전국의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가 전월(77.6) 대비 15.3p(포인트) 튀어오른 92.9를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에 있는 단지의 분양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매달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집계한다. 지표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공급자들은 분양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앞서 올해 초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지수는 지난달(77.6) 6.1p 반등했으나 여전히 70대에 머무르며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3월 9일 대선 이후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국적으로 전망치가 대폭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주산연은 긍정 전망이 확대한 이유에 대해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봄 분양 성수기가 도래한 데다, 대선 이후 민간의 역할 확대와 규제 완화로의 정책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정책환경 변화로 규제지역에 대한 분양사업 여건이 개선할 것이라는 주택사업자들의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실장 역시 대선 리스크가 해소한 것이 일종의 기저효과처럼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전통적으로 3~4월이 분양시장 성수기임에도 그간 대선을 이유로 사업자들이 분양을 보류해왔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제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했기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했고, 시장 전체적으로도 새 정부의 '규제 완화·공급 확대' 기조가 시그널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달 지표가 여전히 기준선(100)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분양시장 환경이 대폭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까지 워낙 전망치 낮았기 때문에, 체감상 '이제 괜찮아질 것', '그래도 좀 나아질 것'과 같은 사업자들의 긍정 응답이 많아졌다는 의미 정도로 풀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달 통계에서 기준선을 상회한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과 일부 지방광역시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114.6, 24.9p↑) △인천(107.1, 29.4p↑) △경기(117.5, 29.7p↑) 등의 시장 전망이 개선하면서 수도권 전체(113.0)는 전월 대비 27.9p나 뛰어올랐다. 지방광역시(92.9, 19.2p↑)의 경우 부산(109.5, 23.8p↑), 울산(100.0, 21.5p↑), 세종(100.0, 25.0p↑) 등의 전망이 큰폭으로 상승하며 기준선을 상회했다.
반면, 그간 공급(분양, 분양예정) 물량이 적체돼 왔던 대구(74.0, 20.2p↑)와 충북(70, 보합)은 전망치가 기준선을 크게 하회했다. 또한, 전북(81.8)은 전월 대비 2.8p 소폭 하락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망이 악화했다.
이와 관련해 주산연은 "지역별 수급여건에 따른 전망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실질적인 사업여건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여건 개선에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정부 정책에 대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4월 분양가격 HSSI 전망치는 123.2로 전월 대비 8.4p 상승했다. 2020년 9월 이후 20개월째 기준선을 상회한 것이다. 이달 분양 경기에 대한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분양가격 전망치 역시 120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주산연은 "실질적인 사업 여건을 점검하고 세밀하게 시장을 진단해 분양 시기와 적정 분양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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