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완구] 장난 아닌 장난감 검사비… 中企 완구업체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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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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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마다 검사 반복… 과도한 규제

  • 2020년 9168건 시험비 75.4억 달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중소 완구 제조업체 A사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완구 제품에 대한 안전확인시험 검사 비용으로 연간 76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완구 모델별 검사 비용이 회당 60만~130만원에 달하는데 연간 검사 건수가 80회나 되기 때문이다. 검사를 통과하더라도 5년 뒤면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정기검사 합격률은 100%로 제품 관리를 잘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하게 검사를 5년마다 반복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국내 완구업계가 안전확인제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완구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물건인 만큼 안전 확인이 필수적이지만 5년 단위로 검사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완구 시장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가 신제품 개발 기피 현상을 유발하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르면 완구류 제조‧수입업자는 5년마다 의무적으로 지정된 시험‧검사기관에서 안전 확인을 받고 신고번호와 KC(국가통합인증)마크를 제품 포장 등에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완구업계에서는 안전검사에 드는 경제적‧시간적 비용 부담, 복잡한 검사 절차, 신고번호 변경에 따른 부대비용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완구 안전 확인 시험 건수는 총 9168건, 시험 비용은 75억4500만원에 달한다. 어린이 제품만 판매하는 154개 완구업체 중 70%(108개)가 종업원 10인 미만의 소기업이며, 이들 기업 평균 매출액이 9억75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다품종소량생산하는 업종 특성상 검사 비용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색상과 재질마다 개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축소한 모형 장난감인 미니카는 동일 차종이어도 외관 색상이 빨간색인 제품과 파란색인 제품을 각각 검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지출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차례 시험 검사를 통과하더라도 5년 뒤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완구업체들은 검사 불합격률이 낮은데도 5년마다 검사를 반복하는 현행 규제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험 비용을 인하하고, 제품검사 합격률이 높은 우수 안전관리업체에 대해서는 정기검사를 폐지하거나 검사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검사가 아니더라도 사후관리(수시단속), 리콜‧언론공표 등 구제 수단으로 안전 조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도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산하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을 만나 이 같은 기업들의 애로를 전달하고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하지만 국표원 측은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표원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국제표준의 국내 도입을 위해 국가표준을 5년마다 의무정비 해야 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며 “5년 전 안전성 검증을 받은 제품이 5년 후 동일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규제 애로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산업부가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안전확인검사 대상인 유해화학물질 19종 중 8종에 대한 검사 시행일을 3년 유예했으나 올해 2월부터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김문식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19종 유해원소 검사는 유럽연합(EU) 외에 국제표준화기구(ISO),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도입하지 않는 제도”라며 “유해원소 검사제 확대 시행으로 검사 비용이 이전보다 3~4배 증가하고 기간도 2배 증가해 영세업체 제품 출시가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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