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산, 서울서 재건축 시공권 해지 갈림길?...잠실진주, 이달 말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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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4-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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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시공단 전체 계약해지 수순이 일반 절차...법적 다툼에 따른 실익 찾기 어려워"

  • 업계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은 조합원의 몫...귀책조항 없다면 좋은 선택 아닐 수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서울시]


광주 사고로 각 사업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시공권 배제·해지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잠실진주아파트 현장의 시공권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현산의 서울 내 시공사 계약 해지 첫 사례가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8일 총회 개최 일정을 공고했다. 오는 24일 오후 열리는 이번 총회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시공단(삼성물산·현산) 계약 해지 의결 안건이 포함했기 때문이다.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총회는 해당 안건 준비를 이유로 이달 말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조합은 총회 안내 책자를 우편으로 발송한 후 이번 주부터 소유주들의 안건 서면결의서를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준공된 잠실진주는 기존 16개동 1507가구에서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 시공은 삼성물산과 현산이 공동으로 맡았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내년 상반기 내 일반분양을 진행한 후 2025년 6월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잠실진주에서 현산에 대한 시공권 해지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공사현장 사고 이후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건설산업기본법(제14조 4항)에 따르면 현산이 이번 사고로 영업정지 처분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받게 되면 30일 이내에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 '손해배상금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탓이다. 

반면 다른 조합원들 사이에선 새 단지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따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이어졌다. 이에 잠실진주 조합 집행부는 현산 측에 현산 등 시공단에 공사 품질 관리와 안전시공 대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며 조합 내 계약 해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자,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총회에서 해당 문제를 선제적으로 처리하고 향후 논란 거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총회를 위해 집행부 측은 4곳의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자문을 받고 조합원에 공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잠실진주의 이번 총회는 현산의 서울 사업장 내 첫 시공권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라 향후 결과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의 사례와는 다르게 잠실진주 사업장에서 현산은 주요 시공사로서 이미 공사에 들어간 상태라 자칫 법적 쟁점을 놓고 최종 결과 확정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향후 시공권 해지가 현실화한다면 쟁점이 될 사안은 크게 △시공단 중 현산만을 대상으로 한 단독 시공권 해지 가능성과 △현산의 손해배상 제기 가능성 등으로 꼽았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계약 해지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다수가 맺은 계약에서 계약자 하나만을 집어서 계약해지를 요구하긴 더욱 어렵다"면서 "계약 해지를 강행한다면 전체 계약을 해지한 후 재계약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법 절차"라고 설명했다. 

특히 계약 해지를 위해선 고의와 과실로 채무를 불이행했다는 해지 사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법적으론 계약 해지 요구의 이유를 '단순 변심'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른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난 것은 일반적인 정서에선 물론 걱정되는 일이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계약이기에 다른 계약건의 사고를 해당 계약건에 대한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엄 변호사는 "손해배상 싸움으로 갔을 땐 법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사실상 소송으로 인한 실익을 찾기 힘들다"면서 "이보다는 계약자가 공사 현장 내 안전감독 기준을 상향 요구하는 등의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어 "해당 소송으로 얻는 것은 업체 변경의 자유를 얻는 것 정도의 이익일 뿐 그 이상의 이익을 찾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패소했을 땐 최악의 경우 조합이 시공단 전체의 손실까지 떠안게 되는데, 이는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고 조합과 조합원들이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해당 개별 계약에 시공사에 대한 신뢰도 보장 등의 귀책 사유 관련 조항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계약취소가 좋은 선택이라고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시공사업단의 귀책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은 조합원의 몫"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현산은 현재 현장이 개설된 전국 65개 아파트 등 공사 현장에 대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영업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신규 수주만 불가능할 뿐 앞서 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공사는 계속 시행할 수 있다. 아울러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철거를 끝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 아파트와 미성·크로바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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