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전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치뤄질 전망이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매각 주체가 선정한 예비인수자가 가계약을 통해 우선 매수권을 갖는 가운데 공개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과 재차 인수가격을 경쟁하는 방식이다. 스토킹호스 방식에서 예비인수자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 공개 입찰에서 제시된 가장 높은 가격을 수용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인수할 수 있다. 스토킹호스 방식에서 공개 입찰은 일종의 '안전장치'다.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자마자 KG그룹처럼 인수 의향만 내비친 후보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의 인수의향서 제출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예비인수자(Horse)가 돼 공개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에게 쫓기는(Stalking) 편이 훨씬 유리하기에 매각 측에서 제출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 문서를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정황상 예비인수자 선정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 M&A의 특성상 정보 공개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이번 쌍용차 M&A는 이해관계자도 많다. 에디슨EV의 주가조작 의혹,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많은 기업들의 상한가 직행 등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매각 측이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거래 안정성 측면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올 10월로 예정된 회생 계획안 가결 기한은 법률에 따라 더 이상 연장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쌍용차가 청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매수권자를 선정해 두고, 더 나은 대안을 기다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스토킹호스를 선택한 만큼 인수 후보들의 '평판'도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평판은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주관하는 등 주식자본시장(ECM)의 강자인 KB증권은 쌍방울 그룹의 유상증자 주관을 철회했다. 쌍방울 그룹이 4500억원을 조달하려 했기에 그에 상응해 수수료도 많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KB증권은 "당초 예상과 달리 리스크 우려가 있다"며 물러났다.
여기에 유력한 두 후보 기업들은 불안정한 지배 구조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말 공시 기준으로 쌍방울 그룹은 광림(12.04%)→쌍방울(13.46%)→비비안(30.64%)→인피니티엔티(18.36%)→아이오케이(9.87%)→광림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KG그룹 역시 이데일리(10.7%)→KG제로인(19.66%)→KG케미칼(46.29%)→KG ETS(35.92%)→이데일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다. 순환출자는 자본 공동화 및 그룹의 소유 구조와 경영권에 차이를 야기하므로 시장경제의 대원칙인 투명경영과 자기책임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M&A와 연관되면 2배씩 주가가 오르고 있다 보니 매각 주체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면서 "또 유력한 두 후보 모두 평판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과정이 있어야 특혜 시비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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