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걱정이죠. 말로는 규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집무실이 이전하면 알게 모르게 재개발이 미뤄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요. 호가는 오르고 있지만 거래는 전혀 없어요.”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 재개발전문 공인중개업자 A대표)
“문의가 늘며 호가는 오르고 매물은 줄고 있어요. 집무실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합니다.” (용산역 인근 공인중개업자 B씨)
14일 방문한 서울 삼각지역 인근에는 ‘재개발 전문’이라는 문구를 넣은 공인중개업소들이 즐비했다. 일부 공인중개업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정비사업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며 당혹스러운 심경을 전헸다. 지상 30~40층 고층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부지에 고도 제한이 걸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은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재개발이 진행됐을 지역으로, 이미 30층 이상 고층 건물에 대한 구역 지정이 이뤄진 곳도 있다”며 “재개발은 결국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집무실 이전은 재개발 속도를 늦추는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만 해도 여러 집주인이 방문해 ‘용산 집무실 이전도 선거 공약에 넣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푸념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서 일단 믿을 수밖에 없지만,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도제한 등과 큰 관계가 없거나 국방부와 다소 떨어진 지역의 분위기는 달랐다. 집무실 이전은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용산구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용산의 낙후된 곳이 정비되고, 전반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동아아파트와 한강맨션 등 재건축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업자는 “원래 매물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더 줄고 있다”며 “특히 오래 거주한 원주민이 재건축·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140㎡(10층)는 4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같은 전용 물건(13층)의 거래 가격 33억원보다 7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이촌동 한강맨션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120㎡(2층)는 지난 1월 43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현재 같은 면적대 매물의 호가는 45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용산구 이촌1동의 한가람 아파트의 주민 C씨(60대)는 “집무실이 들어오면 지역 환경을 정비하고 용산이 전반적으로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이촌동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집무실로 출근하다 보면 용산의 낡은 도로와 건물을 자주 경험하게 돼, 개발의 필요성이 전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문의는 많지만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용산구만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대출이 나오지 않는 가격대이고, 집무실 이전을 호재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일부는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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