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시장에 대한 철강재 수출 규모가 올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EU와 일본의 규제가 완화돼 이들의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세 등 탄소중립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 동안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으나 올해는 가장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7년 국내 철강사는 미국과 EU에 각각 354만톤(t)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는 269만t, EU에는 283만t 규모에 그쳐 각각 24.01%와 20.06% 줄었다.
올해 특히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수출 환경이 악화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EU·일본과 철강제품 관련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이들 국가가 철강재 수출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경쟁에 뒤처질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철강은 장기간 공급과잉에서 초래된 무역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교역국들로부터 수입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품목별 국내 산업에 대한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조사 중인 건수를 포함해 전체 206건 중 철강·금속산업이 99건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생산량의 40% 수준인 연간 3000만t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신흥시장보다는 선진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국내 철강사는 미국으로부터 규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최근까지 유지해왔다. 특히 2018년 5월 발표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철강 수입 제한을 골자로 한 법령으로 이로써 국내 철강사의 수출 물량이 크게 위축됐다.
이어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수입재들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우려한 EU가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주변국들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고 해당 지역에서 주로 고부가 에너지강(유정용강관, 송유관) 수요가 집중된 국내 강관업체들을 중심으로 영업에 타격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다자주의를 강조했던 바이든 현 정부가 미국에 출범하면서 철강 232조 규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보복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EU와는 역내 철강 제품에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을 적용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일본과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232조 적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개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타이 대표는 당시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실제로 이미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음을 모든 사람이 상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EU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쿼터제를 통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라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아울러 EU도 지난해 6월 철강재에 대한 규제를 연장함에 따라 수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로 EU는 지난해 7월 철강업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발표해 새로운 허들이 만들어질 위기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제도 발표 후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에 대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탄소 저감에 대한 확실한 대비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선진시장에서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은 탄소집약산업의 영업활동을 제약해 탄소 감축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철강사 등 기업의 탄소배출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1) 외에도 사용하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Scope2)과 협력업체,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Scope3)까지 포함한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외부 배출까지 범주를 확장해 제품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활동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가치사슬의 모든 참여자가 소재와 공정상의 효율 최적화를 위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업스트림에 있는 철강업계도 저탄소화, 에너지효율화가 우수한 제품일수록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즉 제품의 강도와 규격·성질만큼이나 탄소 저감이 강재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친환경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비용, 무탄소 전원 확보를 위한 전력비용 상승,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 등 탈탄소 과정에서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탈탄소화는 기존 고로방식의 생산 근간을 바꾸는 작업으로 양대 일관제철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로서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총 9기의 고로(지난해 말 운영 종료된 포항 1고로 포함)를 순차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매몰비용을 5조~10조원, 시설투자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또 수소환원제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만t 이상의 수소가 공급돼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리적인 제약과 높은 생산단가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 같은 탈탄소 과정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EU 시장에서 수출 물량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불리한 통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공급망 재편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응부담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 동안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으나 올해는 가장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17년 국내 철강사는 미국과 EU에 각각 354만톤(t)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는 269만t, EU에는 283만t 규모에 그쳐 각각 24.01%와 20.06% 줄었다.
올해 특히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수출 환경이 악화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EU·일본과 철강제품 관련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이들 국가가 철강재 수출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경쟁에 뒤처질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품목별 국내 산업에 대한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조사 중인 건수를 포함해 전체 206건 중 철강·금속산업이 99건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생산량의 40% 수준인 연간 3000만t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신흥시장보다는 선진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국내 철강사는 미국으로부터 규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최근까지 유지해왔다. 특히 2018년 5월 발표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철강 수입 제한을 골자로 한 법령으로 이로써 국내 철강사의 수출 물량이 크게 위축됐다.
이어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수입재들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우려한 EU가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주변국들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고 해당 지역에서 주로 고부가 에너지강(유정용강관, 송유관) 수요가 집중된 국내 강관업체들을 중심으로 영업에 타격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다자주의를 강조했던 바이든 현 정부가 미국에 출범하면서 철강 232조 규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보복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EU와는 역내 철강 제품에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을 적용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일본과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232조 적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개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타이 대표는 당시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실제로 이미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음을 모든 사람이 상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EU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쿼터제를 통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라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아울러 EU도 지난해 6월 철강재에 대한 규제를 연장함에 따라 수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로 EU는 지난해 7월 철강업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발표해 새로운 허들이 만들어질 위기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제도 발표 후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에 대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탄소 저감에 대한 확실한 대비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선진시장에서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은 탄소집약산업의 영업활동을 제약해 탄소 감축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철강사 등 기업의 탄소배출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1) 외에도 사용하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Scope2)과 협력업체,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Scope3)까지 포함한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외부 배출까지 범주를 확장해 제품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활동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가치사슬의 모든 참여자가 소재와 공정상의 효율 최적화를 위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업스트림에 있는 철강업계도 저탄소화, 에너지효율화가 우수한 제품일수록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즉 제품의 강도와 규격·성질만큼이나 탄소 저감이 강재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친환경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비용, 무탄소 전원 확보를 위한 전력비용 상승,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 등 탈탄소 과정에서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탈탄소화는 기존 고로방식의 생산 근간을 바꾸는 작업으로 양대 일관제철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로서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총 9기의 고로(지난해 말 운영 종료된 포항 1고로 포함)를 순차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매몰비용을 5조~10조원, 시설투자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또 수소환원제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만t 이상의 수소가 공급돼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리적인 제약과 높은 생산단가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 같은 탈탄소 과정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EU 시장에서 수출 물량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불리한 통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공급망 재편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응부담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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