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전성시대] 여행하고, 호캉스 즐기는 가상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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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2-04-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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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로지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

'가상인간' 전성시대다.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일상 영상은 기본이고, 신곡을 발매하고 관련 춤 영상을 담은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짧은 영상(숏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봐선 영락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체가 없다. 고도의 컴퓨터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영향력자), 이른바 '버추얼(virtual) 인플루언서'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가상인간의 원조는 아담이다. 지난 1998년 '사이버 가수'로 이름을 알린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인간이었다. 충격적인 등장과 함께 그의 첫 앨범은 20만장이 팔렸고, 실제 팬클럽까지 결성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담 이후 20여년이 지난 2020년 8월, 코로나19 확산에 하늘길이 막히고,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써야만 했던 그때, 어떤 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주목받았다. 사진 속 주인공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가 하면 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와 프랑스 에펠탑 등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인증 사진을 남겼다. 

코로나19에 제약받던 이들은 그의 자유로운 여행활동에 주목했고,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소녀의 정체는 '가상인간'이었다.

국내에서도 가상인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싸이더스스튜디오X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여행·호텔업계는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에 주목했다. 당시 레스케이프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등에서는 영원한 22세 인플루언서 '로지'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펼쳤다. 

반얀트리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긴(?) 로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얀트리 클럽&스파 #호캉스 #바캉스 #rozy" 등의 해시태그를 표시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좋아요' 수만 4000건을 넘기며 큰 호응을 얻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나 그 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업계 전반에 확산했다"며 "MZ세대를 공략하기에도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돼 호텔은 물론, 각 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여행·호텔업계뿐 아니라, 금융·산업·식품업계 등 전 산업군을 장악하며 아담을 뛰어넘는 톱스타로 부상한 로지는 최근 가수로 데뷔하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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