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ATS설립위원회'와 비상장주식 거래 중개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가 각각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정규거래소)의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거래소다.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 등은 이미 도입한 제도다.
대체거래소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의 설립을 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이던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 독점적 사업구조(독점 수입액이 총수입의 50%를 초과)와 임직원의 고액 연봉 등이 도마 위에 올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었다.
이후 거래소는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손님이었다. 한국거래소 임직원의 높은 연봉과 복지 수준은 매년 국회의 지적거리였다. 이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한국거래소의 숙원이었다.
높은 연봉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독점 구조는 해법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한국거래소는 국내에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진 뒤 2015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다. 당시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대체거래소의 설립 가능성 여부다.
하지만 이후 한국거래소의 대체거래소에 대한 입장은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변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직후 취임한 최경수 전 이사장은 대체거래소 설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최 이사장은 결국 임기 내에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취임한 정지원 전 이사장은 입장이 달랐다. 한국 시장 규모가 협소하다면서 대체거래소의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비판도 일었다.
이런 한국거래소의 입장은 다시 바뀐다. 현재 손병두 이사장은 대체거래소의 설립이 기회라는 입장이다. 손 이사장은 연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토양이 마련된다면 대체거래소의 출현은 자본시장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국회 정무위를 중심으로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대한 정기검사 신설과 나아가 공공기관 재지정 등에 대한 입법안이 논의됐고,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도 논란으로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방만경영을 방치한다는 정치권의 지적을 받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1년 만에 한국거래소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만약 대체거래소가 설립된다면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공공기관 재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 생기는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대체거래소의 설립이 반가울 리 없다"며 "하지만 대체거래소의 설립을 꺼리다가 공공기관에 다시 지정되는 것은 더 피하고 싶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대체거래소가 생기더라도 상장과 시장감시 등의 기능을 통해 시장의 지배자 역할을 지키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대체거래소 설립에 나선 기관은 두 군데다.
먼저 ATS설립위원회는 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KB·키움·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가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해 지난 2019년 만든 조직이다.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설립 예비인가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피에스엑스는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종료하고 대체거래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본사의 위치를 부산으로 정하고 금융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연구원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대체거래소 심사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중이다. TF는 2분기 내 가이드라인 제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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