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직구(직접구매)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지면서 편리한 직구 플랫폼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간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전년도 해외직구 구매액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6.4%가 성장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소비자들은 주로 의류 및 패션 상품(1조9918억원), 음식료품(1조3260억 원)을 사들였다. 두 상품군 비중만 전체 거래액의 64.5%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억눌린 소비심리가 해외직구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편리한 직구 플랫폼들이 늘어나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시장 성장 요인 중 하나다. 수년 전만 해도 해외직구는 영문 홈페이지, 배송대행지 주소 등으로 인해 쇼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해외직구 플랫폼들은 무료배송과 함께 한국어 홈페이지와 한국어 상담과 카카오페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한국은 아이허브 180여개 수출국 중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 매출 3위다. 2008년 국내 진출 초기에는 해외 직구 1세대인 미국 유학생이 애용했지만, 지금은 구매층도 넓어졌다. 약 1300개 브랜드 3만여종을 취급해 소비자 선택 폭이 넓을 뿐 아니라 국내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주문액 25달러(약 2만8000원)를 넘으면 무료로 배송한다.
아이허브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시장 확대 전략으로 달러 환율 상승 시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원화 고정가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에서 운영 중인 정기구독 서비스의 한국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온라인 편집숍들도 시장 성장에 맞춰 한국 로컬라이징 가속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치패션이 최근 1년 내 명품 해외직구 경험이 있는 2049세대(900명)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직구로 명품 구매에 지출한 금액은 △200만~300만원 미만(28.4%) △300만~500만원 미만(19.2%) △500만원 이상(1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60%의 소비자가 해외 명품 직구를 위해 2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셈이다.
이에 매치스패션은 최근 홈페이지 접속 시 국가 및 언어, 현지 통화 설정을 한국 환경에 맞춰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또 200파운드(약 3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배송대행지 없이 한국 직배송인 경우도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이 밖에도 부가세 미리 지불하기 설정을 제공해 고가 명품 구매 시 번거로울 수 있는 관세 및 통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유럽 럭셔리 온라인 편집숍 마이테레사닷컴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한국어 웹서비스를 론칭했다. 그간 한국어는 결제 과정과 안내 등에만 일부 제공됐었지만, 이번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이트 내 모든 서비스에 한국어 서비스가 적용된다.
한국 고객을 위한 무료 반품 및 환불, FTA 관세 혜택, 무료 수신자 부담 전화를 통한 24시간 한국어 상담 등도 제공 중이다. 마이테레사닷컴 관계자는 “한국 명품시장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되며 마이테레사닷컴 역시 국내에서 세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며 “한국어 서비스를 통해 럭셔리 패션 쇼핑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직구계의 시조새 격인 아마존도 한국 시장 맞춤 전략 내놨다. 아마존은 세계 각국 다양한 브랜드의 전자제품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해외직구 붐이 일었던 초창기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과거에는 배송대행지 주소 없이는 한국 직배송이 불가능했으나 현재는 한국 직배송이 가능해져 국내 직구 소비자의 이용이 편리해졌다. 지난해 8월에는 11번가까지 입점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접근성을 한층 더 높였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해외직구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해외직구 플랫폼들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핵심 무기를 장착하고 각종 부가 서비스까지 국내 이커머스와 동일해지고 있다”며 “팬데믹 동안 고객 저변 확대에 성공한 해외직구 시장의 성장세는 팬데믹 종식 후에도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커지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