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세계 신흥국이 지난 10년간 저금리·저물가 속에서 부채를 산더미처럼 쌓았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정부 지출을 대폭 늘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직격탄이 됐다. 전쟁과 대러 제재로 식량을 비롯해 에너지 및 기타 상품의 물가가 모두 치솟으면서 경제 기반이 취약한 파키스탄,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회의에서 “디폴트들이 발생할 것이다. 위기가 닥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유지됐지만,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앞으로 저금리 환경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부국은 저금리와 견조한 경제 성장 덕분에 증가하는 부채에 대처하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신흥국들이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제 채무상환 유예 프로그램 대상국으로 지정된 저소득 국가 70개국 중 약 60% 국가들이 이미 부채가 부실화됐거나 부실 위험성이 높은 상태라고 IMF는 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이런 상태에 있는 저소득 국가 비율이 약 30%였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저금리 속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과 사모펀드를 비롯해 정부 소유의 금융기관들이 신흥국들의 고수익 채권에 대거 투자를 한 탓에 신흥국을 돕기 위한 노력은 복잡해지고 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가장 상황이 안 좋은 국가들이다.
스리랑카는 최근 외채 상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IMF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스리랑카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대규모 정전 사태, 의약품과 가스 등 필수품 부족 등을 겪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스리랑카의 부채는 총 70억 달러이지만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는 23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집트는 2016년부터 IMF로부터 약 200억 달러를 빌려, 198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많은 원조를 받았다. 2020년과 2021년에 이집트 정부는 세입의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썼다.
이집트의 경우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2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유럽연합(EU)은 1억 유로를 지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집트가 앞으로 IMF의 지원을 더 많이 요구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튀니지는 설탕, 밀가루 등 식량 공급이 바닥나고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임금 지급을 미뤘다. 튀니지 정부는 현재 IMF 지원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S&P 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로베르토 시폰 아레발로는 "거의 모든 국가가 2008년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몇몇 국가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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