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의 도피를 도운 지인 4명을 조력 의심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4명 중 2명은 이씨·조씨와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외곽에 간 남녀이고 나머지 2명은 이씨가 결제한 신용카드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 월세 계약자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씨와 조씨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특히 지난달 30일 검찰이 이들을 공개수배로 전환한 후에도 이씨는 A씨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며 수사망을 피했다. A씨는 신용카드를 정지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이들의 도피를 도운 것이다. B씨도 경기 고양에 오피스텔을 제공해 이들이 은신처로 사용하게 돕고 수사를 방해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조력 의심자 행위를 보고 형사법 전문가들은 '범인 도피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최승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보면 A씨가 범행 이후 신용카드를 빌려준 것으로 보여 공범으로는 안 묶이고 범인 도피죄로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씨가 수사기관의 범인 발견이나 체포를 면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 것이면 범인은닉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A씨·B씨와 비슷한 사례로 범인의 도피를 도와 범인도피죄를 적용받은 판례도 있다. 2003년 대법원은 경찰이 공개수배 중인 절도범을 도와준 C씨에게 범인 도피죄를 확정 판결했다. C씨는 절도범에게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등을 빌려주고 승용차를 구입해줬다. 당시 C씨를 상대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형량이 확정됐다.
'계곡 살인' 용의자를 도운 A씨·B씨는 역시 징역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형법 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라고 규정한다. 법률상으로 벌금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징역형을 더 높게 점쳤다. 최 변호사는 "범인도피죄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음주운전 도피죄의 경우다. 이번 사건은 본범의 범죄가 무겁고 대규모 수사력이 투입됐기에 방해 정도가 커 실형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나와야겠지만 범인 도피 과정에 적극성 여부가 양형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 4명을 제외하고 추가적인 조력자가 나올 경우 이씨 혹은 조씨와 친족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범죄 은닉을 규정하는 형법 제 151조는 범죄 은닉의 경우 친족 여부에 따라 처벌을 다르게 대한다. 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예외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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