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프랑스 대선 토론…마크롱은 '푸틴', 르펜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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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4-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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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투표 나흘 앞두고 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두고 TV토론에서 격돌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부터 진행된 양자 토론에서 두 후보는 러시아, 연금 개혁, 난민 수용, 물가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TV토론은 단 한 차례만 진행되는 만큼, 토론 중간중간 두 후보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내 말부터 끝내게 해달라”, “그 숫자는 틀렸다”, “가르치려 들지 말아라”는 식의 감정 싸움으로 번져, 사회자들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의 예상대로 극우 경쟁자인 르펜 후보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파고들었다. 르펜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존경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힘에 의존하고 푸틴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르펜 후보 소속 정당인 RN이 과거 러시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이력을 지적했다. RN은 지난 2014년 선거자금용으로 러시아계인 퍼스트체코러시아은행(FCRB)에서 960만유로(약 129억원)를 빌린 뒤 아직도 대출을 갚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대통령 결선투표를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은 TF1·프랑스 2·BFM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도울 필요성에는 동의했으나 서유럽의 상당 부분이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제재하는 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르펜 후보는 "러시아에 재정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라키리(할복)를 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다른 나라에 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선 르펜 후보는 생활비 상승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내내 프랑스가 “매우 나쁜 경제 기록”과 “더 나쁜 사회 기록”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 5년 간 프랑스인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매달 가구당 150~200유로를 돌려주기 위해 세금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의 가장 인기 없는 공약인 연금 개혁 공약을 문제 삼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기 집권에 성공할 경우 현재 62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르펜 후보는 “65세에 은퇴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함”이라고 했다. 르펜 후보는 62세인 정년을 60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슬그머니 현재 법적 정년인 62세를 강조하며, 17~20세 때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조기 은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FT는 전했다.
 
히잡 문제를 두고도 언쟁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공개적으로 금지한 르펜의 계획은 위헌일 뿐 아니라 위험한 것이다”라면서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내전을 촉발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반면, 르펜 후보는 “대규모적이고 무정부적인” 이민을 대폭 줄이고 EU(유럽연합)를 "'동맹 내지 연합'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실업, 투자, 창업 등의 주제에서 르펜 후보보다 앞섰다고 평하면서도 5년 전 대선 토론 때만큼 강력하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 마크롱 대통령이 토론을 내내 주도하며 선거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는 오는 24일 치러진다. 여론조사 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54%의 지지율을 얻으며 르펜(46%)후보를 8%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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