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7조7000억원으로 78.4% 증가하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벤처투자는 경제혁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으로서, 미래산업으로의 전환과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통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벤처투자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 되어 국가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벤처투자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블루오션은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산업이다. 영국 물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에 따르면 글로벌 물산업은 연평균 4% 이상 지속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 시장 규모는 약 1009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하이테크 물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고속 성장 중이다. 미국 테크캐스트 글로벌(Techcast Global)에 따르면 2040년경에 물산업은 연간 1326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OECD 발간 사회기반시설 전망 또한 물산업 관련 투자가 10조 달러로 통신과 교통, 전기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발전(SDGs)에 대한 인식변화로 물산업의 하이테크화는 가속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의 ICT 기술 강국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테크 물산업 태동은 우리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망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물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생소한 분야라는 이유로 벤처투자나 이와 결합한 성장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모험자본인 벤처투자 부재는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의 미래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혁신도 어려워지게 한다.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 중심에는 반드시 혁신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전환기를 맞으며 물시장에도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에 있어 중요한 타이밍이다. 효율적인 추월이 가능한 쇼트트랙의 곡선 구간처럼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미래 물산업을 리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물산업 벤처펀드'를 조성한 것은 좋은 사례다. 2018년부터 물산업 육성을 위해 벤처펀드에 소규모로 조건부 투자를 실시하던 한국수자원공사가 2021년부터 정부, 민간과 협업해 규모 있는 펀드를 조성하고 물산업을 본격적으로 견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형식적 펀드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펀드로 업그레이드돼 충청 지역혁신 벤처펀드(물산업펀드)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작년에만 3년간 25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에 착수했고, 올해도 신규 출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덕분에 투자유치가 불가능하거나 시드(Seed) 단계에서 고전하던 물산업 스타트업들은 이제 초기에서 중후기에 이르기까지 성장단계별 투자유치가 가능해졌다.
또한 다양한 창업지원 노력이 더해져 4차산업 융복합 기술과 결합한 혁신창업과 지역의 벤처투자 생태계도 활성화의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물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실현되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은 창업 직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맞이한다. 특히 신산업 및 신기술 같은 미개척 분야는 매출 발생까지 걸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더욱 길다. 당장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이들을 위해, 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격려하며 육성하는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책무다.
이는 공공의 적극적인 정책적·행정적 노력과 민간시장 참여자가 결합해야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리딩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탄생은 창업자, 정책기관, 투자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물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블루골드 오션을 주도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맞손을 잡은 혁신의 물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그 물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 미래를 주도할 유니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해 우리 경제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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