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크게 뛰면서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이 같은 호실적에 발맞춰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친화정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금융지주사들, 지난해에 이어 ‘어닝 서프라이즈’…금리 인상 영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총 4조6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9680억원) 대비 17%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의 합산 분기 실적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별로는 KB금융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1조4531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신한금융도 분기 최대인 1조400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5% 증가한 수치다. 1분기에는 KB금융이 527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했으나 그 격차가 크지 않아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도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902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당초 증권사 실적전망치 상에서는 외환거래 환손실과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8000억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실적을 낸 것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과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도 은행의 호실적을 발판으로 무려 30% 이상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 분기 최대 실적인 884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그룹 실적 개선에는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이 큰 역할을 했다.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증권사 순익이 하락했으나 추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대출금리 급등이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적을 방어한 것이다. 실제 KB의 1분기 이자이익 규모는 2조6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고 여타 금융사들의 이자이익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 호실적 속 ‘주주친화정책’ 강화…분기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행렬
한편 금융지주사들은 역대 최대실적을 거두자 경쟁적으로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정례화한 KB금융은 보통주 한 주당 500원 규모의 1분기 배당에 나선다. 서영호 KB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분기 배당 정례화 결정은 배당 가시성을 높이고 선진적 주주환원 시스템을 발전시키려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보통주 1주당 1분기 배당금을 400원으로 결정하고 다음 달 초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 역시 분기배당 정례화와 더불어 최근 매입한 자사주 1500억원을 내달 소각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주주환원정책 제고’ 차원에서 올해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나금융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달 주총에서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 30일로 명시해 중간배당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나란히 중장기적 배당성향을 30%로 제시했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확대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일단 종료된 상황이어서 수익 개선 속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정책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주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높다”며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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