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마크롱 대통령이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여년 만에 재선에 성공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선출은 무엇보다 프랑스의 경제 및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르펜 후보의 승리는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유사한 지정학적 지진을 야기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상황에서 마크롱의 승리는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EU와 나토 동맹국들에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세계 주요 정상들 역시 마크롱의 승리에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마크롱의 승리를 "유럽 전체를 위한 멋진 뉴스"라고 칭했고,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미래는 우리 손에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를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이자 세계적인 도전을 해결하는 핵심 파트너"라고 묘사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지, 민주주의 방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과 "친밀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된 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임기 동안 분열된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심과 분열에 포위당했다”라며 “오늘 투표는 우리가 사람들의 삶의 모든 어려움을 고려하고 표출된 분노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 르펜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며 마크롱의 향후 국정 운영이 삐걱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우 정치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이처럼 강한 지지를 얻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극우 또는 좌파 민족주의자에게 투표했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8%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렸지만, 르펜 후보(23%)와 극좌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21.95%)의 득표율과 큰 차이가 안 났다. 더구나 이번 프랑스 결선 투표 기권율은 약 28%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15~16%포인트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전 대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66% 대 34%로 이긴 점을 감안하면,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우파 유권자의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2002년 대선에서 중도 우파였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2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을 82% 대 18%로 압도적인 차로 승리했었다.
르펜 후보도 이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오늘 저녁의 결과는 그 자체로 놀라운 승리를 나타낸다”고 자평했다.
외신은 오는 6월 열리는 프랑스 총선을 주목했다. 여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해야 국정 운영이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여당이 절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법을 통과시키거나 개혁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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