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처럼 달아오르던 철강주가 주춤하면서 주가 방향성에 이목이 쏠린다. 철강주가 단기 조정 이후 반등할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둔화에 후퇴할지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발 공급도 크게 감소할 전망인 만큼 철강주가 중장기적인 강세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철강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률 상위권을 휩쓰는 중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으로 국내주식형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는 'KBSTAR 200철강소재'로 17.6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TIGER 200 철강소재'와 'KODEX 철강'이 각각 16.17%와 15.88%로 2, 3위를 차지했다. 4위 'KODEX 보험'(14.26%)이나 5위 'KBSTAR 200고배당커버드콜ATM'(9.68%)과의 수익률 격차가 최대 7.93%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주간 기준 수익률도 1~3위를 석권했다. 이들 ETF의 주간 수익률은 각각 3.32%, 2.87%, 2.13%에 달한다.
이들 ETF의 기초지수는 각각 '코스피 200 철강·소재'와 'KRX 철강' 지수다. 시총 상위종목은 포스코홀딩스와, 고려아연, 현대제철 등으로 동일하지만 '코스피 200 철강·소재'의 구성은 코스피 200 종목으로만 한정된다.
주가 강세는 철강주 실적 개선 기대감이 견인했다. 철강업계 대장주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14일 1분기 영업이익으로 컨센서스를 35.7% 상회하는 2조3000억원을 공시하면서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켰기 때문이다.
중국의 봉쇄 조치도 철강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은 지난 19일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허베이성 탕산시를 봉쇄했는데 탕산시가 중국 전체 철강 생산의 13%를 차지하는 주요 철강 생산지였기 때문이다. 탕산시의 철강제품 출하가 막히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승을 거듭하던 철강 관련 지수는 지난 21일을 고점으로 하락세다. 1월 27일 803.73으로 마감했던 '코스피 200 철강·소재' 지수는 지난 21일 1036.51을 기록하며 3개월 새 28.96%(232.78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이날을 고점으로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5일 종가는 전일 대비 2.81%(29.09포인트) 내린 1005.08에 그쳤다.
철강주 조정은 수요 둔화 우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봉쇄조치가 국내 철강업체에 일정부분 반사이익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요 철강제품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철강협회(WSA)도 4월 단기 철강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저성장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철강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4%로 크게 하향조정한 바 있다.
긍정적인 요소는 수요 둔화 우려에도 철강 제품 가격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기준 미국의 열연 가격은 숏톤(907㎏)당 1480달러로 1개월 전 대비 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열연 유통가와 수출가도 각각 0.4%, 3.6% 올랐고 일본 열연 가격도 2.5% 오름세다. 국내 철강 제품들의 유통가도 1개월 전 대비 2.1~5.4% 올랐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가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가격 인상이 수용되고 있는 것은 철강업종의 가격협상력 정상화의 징후"라며 "중국이 과잉 설비를 폐쇄하고 탈탄소를 위해 신규 설비를 억제하면서 중국발 과잉 공급 우려가 해소, 철강주 전반에 대한 저평가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봉쇄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인프라투자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가 재차 강화되고 있다"며 "봉쇄조치가 장기화되지만 않는다면 철강 가격도 상승압력이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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