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아파트를 거래한 비중이 꾸준히 오르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 아파트 거래(매매·증여·분양권 전매·소유권 이전 등 포함)건수는 32만7992건으로 그중 서울 거주자 거래건수는 전체의 17.34%(5만6877건)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17.45%)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순 매매거래만을 놓고 봐도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거래 17만8793건 중 서울 거주자의 매매거래가 3만3833건을 차지하며 18.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역시 2008년 19.4%(13만3274건 중 2만5801건) 이후 최고치다.
연간 경기도 아파트 거래 중 서울 거주자 비율은 2018년 14.73%, 2019년 14.02%를 기록하다가 2020년 15.25%, 지난해 17.34%로 올랐다. 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이 2019년 8.6%에서 2020년 19.17%, 2021년 13.21%로 급등한 시기와 맞물린다.
갑작스레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서울 대신 경기권에서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몇 년간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며 당장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공포심이 퍼졌었다”며 “그런데 서울 평균 집값이 10억원가량 하는 상황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서울 전셋값도 같이 오르는 상황에서 3040세대는 전세를 빼 경기도 아파트를 매매했다”며 “최근 신도시가 많아지고 교통이 좋아지며 정주 환경이 양호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4312만원으로, 경기도 평균 2050만원보다 약 2배가 높다. 3.3㎡당 전세가는 서울 2138만원, 경기 1246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떠난 10명 중 6명은 경기도로 전입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전출·입자 이동자 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56만7366명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이 중 36만2116명인 약 64%가 경기도로 전입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021 서울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탈서울 인구 2명 중 1명은 2030 세대로 특히 순유출이 가장 많았던 30대는 전출사유로 주택문제를 꼽았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경기도로 움직인 인원보다는 수가 적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전체 51만9882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그중 23만7206명(45.62%)이 서울로 이동했다. 경기도로 순전입된 서울 인구는 12만4910명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여전히 경기도 집값보다 높은 상황에서 경기도로 이주하는 서울 시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362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2월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6억929만원을 기록하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보다 낮았다. 특히 현장에서는 7~8월 계약갱신 청구권을 한번 사용한 물건이 나오면, 서울에서 전세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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