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매입에 나서기보다 증권사 등을 통한 신탁 매입 비중이 여전히 커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신탁 매입의 경우 직접 방식과 달리 반드시 주식 매수를 이행하지 않아도 돼 인위적인 주가 띄우기에 악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자사주를 직접 매입한다고 공시된 건수는 코스닥 상장사는 22개사, 2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개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또 증권사 등을 통한 신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신고한 상장사는 64개사로 전년 23개사 대비 급증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러시는 주가 부진이 이유다. 연초 이후 코스닥 지수는 12.97%가 빠졌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을 공시하면서 주주들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주가 상승 신호로 해석한다.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의 경우 배당청구권과 신주인수권이 없다. 이는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아울러 기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다는 것은 현재 회사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라면 자사주 매입이 무조건 호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중 신탁을 통한 자사주 매입에 대해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공시 후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거나 매입과 동시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같은 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기업이 직접 취득에 나설 경우 3개월 내에 주식을 매수만 해야 된다. 하지만 신탁 매입은 자사주 매입 신고 기간 중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또 공시한 신탁금액만큼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주식을 매수만 해놓은 뒤 소각하지 않는 경우도 언제든 시장에 매물이 출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자사주 취득 결정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단기적 시세차익 등의 목적으로 일시적인 활용에 그칠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따라서 투자자는 자사주 취득 제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사주 취득 과정과 취득 후 처리 방법, 실제 체결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