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곰이 침략해 약탈하더니, 더 큰 위험인 중국산 호랑이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오늘날 에너지 전환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국제적인 현 시국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구적으로 ‘시대전환(Zeitenwende)'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거대한 에너지 전환도 포함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하에 지구 상승 온도를 1.5도에서 멈추기 위해 195개국이 참여해 파리기후협약을 맺었다. 탄소중립으로 가야만 지구의 파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석탄 등 탈화석연료에서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시대적 요청이다. 그 뒤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에너지 전환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여러 문제점들과 패러독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에너지 전환의 대세는 탈화석연료, 즉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온실가스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트렌드 중 하나가 석유·가솔린에 의존하던 자동차에서 전기차·수소차로의 변화다. 세계적으로 지난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상반기 전기차가 지난해에 비해 곱절이나 많이 판매되고 있다. 탈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에너지 정책이 ‘산유국’ 중심에서 ‘전기국(電氣國)'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등 유럽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탈화석에너지를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고급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배경에는 ‘자원의 무기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막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3가지 핵심 조건이 있다. 먼저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면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에너지 정책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우리와 독일 등 많은 산업 국가들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은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저장 등 기술적인 문제로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비록 탈화석연료가 대세지만 산유국들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이란 등은 값싸게 석유와 석탄을 생산해 수출하지만 베네수엘라 등 다른 나라들은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지만 러시아 등 국가들이 가격 통제와 목줄을 쥐게 된다는 진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소비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추진하지만 약 5분의 1은 석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만큼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기반에서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로 인한 파탄으로 물가 폭등, 식량·에너지 대란으로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개도국들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문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처한 환경이다. 얼마나 탈탄소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이미 국내에서도 신구(新舊) 정권 간, 기업과 환경단체 간 갭,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2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와 국내 친환경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으로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원유 수입 중단도 준비 중이다. 또한 독일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급격하게 줄이고, 카타르 등 다른 국가와 에너지 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나섰다. 최근 독일 로베르트 하벡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카타르를 방문했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선언했다. 내년까지 기하급수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에너지는 자국산이다.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부상하고 있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과 스위스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탈원전으로부터 정상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 기민당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전임자인 메르켈 정책을 뒤집는 주장이다. 유럽연합은 원전을 ‘택소노미’, 즉 그린 에너지라고 발표했다.
산유국 중심에서 전기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큰 딜레마는 필요한 원자재 확보에 있다. 전기·수소를 생산·저장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로는 리듐, 니켈, 구리 등을 들 수 있다. 배터리, 저장장치 등 전기국에서 필요한 원료들이다. 화석연료처럼 이들 역시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니켈은 콩고가 70%, 리듐은 중국이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세계로 진격하고 있으면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중국 최대 기업 CATL은 독일·미국에 공장을 짓고, 벤츠·현대차와도 계약을 맺었다. 라이벌 LG에너지솔루션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에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유증으로 주 먹거리인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지구 파멸을 몰고 올 수 있는 3가지 직간접적인 원인과도 연관이 있다. 먼저 지구의 환경위기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팬데믹의 급증과 더불어 핵전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푸틴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구에 3중 위기가 퍼펙트 스톰처럼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격언이 현 국면에 와닿는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그리고 인수위가 출범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전 기사만 넘치고, 새로운 국가 비전과 플랜을 담은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 앞에 덮치고 있는 3중 위기에 대한 대안과 방향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가 정책이 무엇인가?
문재인 정권의 어떤 에너지 정책을 이어가고 버릴 것인지에 대한 정책을 말한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먼저 에너지 정책을 챙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3중고에 대응하는 국가 에너지 플랜을 세우는 일이다. 나라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를 지낸 한 정치인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는 비전과 국정 우선순위를 걸러내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에너지,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주요 분야에 대해 경륜 있는 정치인과 전문가를 만나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논의하며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수위가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불편한 진실, 글로벌 트렌드가 어떻게 돌아가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는 성공할 수가 없다.
실력은 ‘공시적·통시적·현상학적 능력’이다. 학벌이 아니라 역사적인 변화와 현장 및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해 플랜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과연 윤 정부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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