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반값 할인중'… 증시 불안에 CB 리픽싱 건수 작년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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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2-04-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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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미콘라이트 조정률 최고 46.9%

  • 전환 주식수 늘어 기존 주주에 악재

  • 전환사채 발행 잦은 기업 주의해야

 

올해 들어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전환사채(CB)에 대한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건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리픽싱이 이뤄지면 발행 전환되는 주식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시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을 하향한 건수는 283건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32건) 대비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조정 전 대비 조정 후 가격이 10% 이상 하향 조정된 건은 115건으로 40.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 종목은 ‘세미콘라이트 6CB(사모/전환/풋)’로 기존 6635원에서 3523원으로 조정됐다. 조정률로는 -46.9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조정 가능 주식 수는 20만3466주에서 38만3196주로 17만9730주 늘어났다. 이어 ‘에이티세미콘 11CB(사모/전환/풋)’가 -32.08%, ‘피플바이오 5CB(사모/전환/풋)’가 -30%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도 ‘대한광통신 9CB(사모/전환/풋)’ -29.99%, ‘엠투엔 14CB(사모/전환/풋)’ -29.99%, ‘비케이탑스 8CB(사모/전환/풋)’ -28.72%, ‘비케이탑스 5CB(사모/전환/풋)’ -28.23%, ‘비케이탑스 7CB(사모/전환/풋)’ -28.23%, ‘바이오로그디바이스 4CB(사모/전환/풋)’ -25.95%, ‘에스엘바이오닉스 8CB(사모/전환/풋)’ -25.10% 순이다.
 
반대로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이 상향 조정된 종목들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발행되는 CB부터 리픽싱 상향을 의무화한 바 있다. ‘옵트론텍 10CB(사모/전환/풋)’ ‘삼본전자 6CB(사모/전환/풋)’ ‘에이티세미콘 15CB(사모/전환/풋)’가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세이브로 내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상으론 이들 종목 모두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환사채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돈 대신 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함께 ‘메자닌(Mezzanine) 채권’으로 불린다. CB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면 전환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주가치가 희석된다.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늘어난 주식 수만큼 유통 가능한 물량도 증가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으로 직결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리픽싱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면서도 “기존 주주에게는 보유 지분이 희석되는 불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픽싱은 국내 메자닌채권에만 부여하는 독특한 제도”라면서 “외국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행사가격을 재산정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리픽싱 조건이 존재하는 메자닌 채권 중 64.8%가 리픽싱을 실시했다. 또 리픽싱이 이루어진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리픽싱을 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전환사채에 대한 리픽싱 건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투자자라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가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행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사채를 발행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가 많다”면서 “대주주가 자주 바뀌면서 전환사채 발행이 잦은 기업들 역시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이용될 여지가 커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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