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자정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을 앞당기는 '회기쪼개기'로 대응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는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1분부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 공학의 산물"이라면서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에,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 작전하듯 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다시 말씀드려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갑자기 추미애, 박범계 두 장관께서 특수부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검찰이 자신들의 칼과 창의 역할을 할 때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늘려줬다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하자 대폭 축소하면서 검찰 무력화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약 2시간 1분여에 걸쳐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곧바로 단상에 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시간 15분여간 검수완박 법안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사단과 친한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도록 우리가 허용해줬다. 인간을 믿고 초과 권력을 주면 반드시 그 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브레이크와 통제 없는 검찰 수사 권력이 검찰의 현주소로, 검찰 수사도 통제받아야 한다"며 "통제받지 않는 수사는 개인의 선의와 관계없이 타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에 이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반론에 나섰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은 힘없는 서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의 진정한 문제점은 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라며 "힘 없고 권리 주장을 못하는 장애인, 아동 그리고 극빈층에게 이 검수완박은 조각(阻却)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가장 손쉽게 들어왔던 공직자 범죄는 바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그리고 산자부 원전 불법 폐쇄 사건"이라며 "검수완박이란 바로 검찰이 이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산자부 원전 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같은 것을 하지 말라고,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자신들이 했던 직권남용 범죄를 숨기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약 2시간 30여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후 필리버스터 네 번째 주자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연단에 올라 검수완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자정에 종료된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을 이날로 앞당겨 필리버스터를 무력화 했다. 오는 30일과 5월 3일 각각 임시회를 소집해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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