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8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 손실보상을 다짐했다. 그러나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 공급이 적절한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통화·재정 엇박자 때 인플레이션 압박 더 커진다
인수위는 지난 2년간 소상공인 손실 규모를 약 54조원으로 추계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약 32조~35조원 수준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집행한 1차 추경(16조9000억원)과 합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50조원'이 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윤 당선인 취임 직후 30조원 넘는 돈이 단기간에 풀리면 이미 치솟은 금리와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돈을 풀고 중앙은행은 돈을 회수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렸다.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돈)을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우리 기준금리가 연내에 2.5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상하이 봉쇄 등 글로벌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세계은행(WB)은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향후 3년간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세계경제가 1970년대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4.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6%로 예상한 것에서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대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출금리 1%포인트↑, 이자부담 12조5000억원 증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방역지원금 지급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결국 재원 확보가 어떤 방법으로 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조금 더 자극할 것인지, 아니면 다소 완화할 것인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차 추경 재원 마련에 적자 국채 발행이 아닌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올해 국가예산은 607조7000억원이다. 절반은 의무지출이며 나머지 절반인 재량지출(약 304조원) 중에서도 경직적 지출인 인건비, 국방비 등을 제외하면 구조조정할 수 있는 규모는 10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재원 확보를 위한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선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예산이 삭감된 사업의 수혜자(국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6월 1일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윤 당선인은 '균형 발전'을 내세워 전국 17개 시도에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추진을 약속했다. 법인세와 부동산세 등 다양한 감세를 추진해 재원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경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시장금리를 끌어올린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전이된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2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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