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尹정부 대북정책,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목표에서 벗어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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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5-0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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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까? 문재인 정부와는 크게 달라질까? 북한은 차기 정부가 어떤 기조하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이미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2022년 3월 27일)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진단하고 있는 것을 보라. 남한이 “북남 대화를 철저히 북 비핵화의 수단으로 삼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며 핵 신고와 핵시설 사찰 같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루어질 때 북남 협력과 교류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 정책 기조를 함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모든 정치·군사·외교적 대응은 체제 유지로 수렴된다. 북한이 임하는 대화와 회담도 모두 이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에 가해지는 적대적 행위는 모두 체제 붕괴를 위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경제 발전도 중요하다. 이 또한 체제가 유지되어야만 가능하다. 체제 유지는 지금껏 변함없이 지켜온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북한은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북한 핵과 관련된 그 어떤 협상이나 회담도 따지고 보면 모두 적대 관계 청산을 통해 체제 유지를 보장받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핵무장은 이를 얻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자 보루다. 북한 스스로도 이를 “나라의 자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조선의 핵전쟁억제력”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좋았던 남북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No Deal) 이후부터였다. 한국 정부는 북·미 간 정상회담을 추동하며 북한 비핵화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빅딜을 통해 비핵화 수순을 밟을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비핵화의 방법, 다시 말해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대신 열한 가지 대북 제재 중 민생·민수 분야 다섯 가지를 해제하는 제의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북·미와 남북 관계 악화를 만들어낸 단초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당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먼저 얻으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 사활적 문제인 상호 적대 관계의 청산과 이를 통한 체제 보장이었다. 그것을 미국이 들어주기를 강하게 원했다. 이에 상응해 북한도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단계별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북한 앞에는 체제를 담보할 수 있는 비핵화의 과정과 방법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군사적인 위협과 함께 강화되는 경제 제재만 남아 있을 뿐이다.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기존의 정상 간 합의는 물론 자신에게 스스로 한 약속마저 파기해 체제 유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2018년 6월 트럼프와 첫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파기(2022년 3월 24일)는 이를 방증한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단독 제재를 채택하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후 급기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2022년 3월 24일)함으로써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선제적 핵 사용과 관련된 엄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근본 이익이 침해당할 때에는 적대 세력의 핵 위협을 포함한 모든 위험한 시도를 선제적으로 분쇄하겠다”는 노골적인 핵 위협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북한은 그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이미 정해 놓은 길을 갈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적대적 행위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북한의 행동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대북 정책이 지향할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향후 추진할 대북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한 가지 인식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대북 정책의 기본원칙을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남한은 가만히 있는데 북한은 도발만 일삼아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게는 도발이다. 그러나 한국도 북한 못지않은 횟수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리의 미사일 발사는 대부분 군사기밀에 속한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북한의 그와 같은 행동은 순식간에 알려지게 된다. 일반인의 뇌리에는 북한의 선제 도발이라는 인식을 포함해 대북 적대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남한의 미사일 발사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윤 당선인의 ‘대북 선제 타격 발언’ ‘9·19 군사 합의 파기 가능성’과 같은 언급들을 북한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도발로 받아들일 것임이 뻔하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북 적대적 행위의 청산을 요구하는 일종의 위협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남한의 ‘선제 타격’ 발언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남조선이 아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남북한 무력 대결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적대행위 청산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다시 한번 차분히 들여다볼 때다.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통해 북한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그와 같은 위협 속에 담긴 북한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결국 체제를 보전하고 북한에 드리운 각종 제재를 없앰으로써 최종적으로 잘사는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추진하되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끌고가려는 시도다.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 측에서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 제재 해지를 얻어내려는 협상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는 기본적으로 대화의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대화의 요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원인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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