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앤장 박은영 변호사, 국내 첫 국제중재법원 '전담 판사' 역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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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5-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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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은영 변호사(56·사법연수원 20기)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떠나 국제중재법원 '독립 중재인'의 길을 가게 된다. 중재법원 중재인은 법원의 판사 역할로, 독립성 보장을 위해 겸직이 아닌 전담 중재인이 되는 건 박 변호사가 국내 최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국제중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박은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분쟁해결팀 공동팀장이 국제중재법원 독립 중재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르면 이달 중 김앤장을 떠난다. 국제중재법원 중재인을 전담하기 위해서다. 중재인은 해외에서는 하나의 직업개념으로, 정해진 임기 없이 평생 수행할 수 있다.

국제중재법원은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등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다. 각 중재법원은 국가 사법체계처럼 판사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중재 인재풀(pool)을 구축하고 각 사건의 특성에 따라 중재인과 변호인 역할을 하는 국제중재 전문 법조인을 선정해 사건을 담당하게 한다.

그러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 등으로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는 중재인석에 앉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로펌들이 주도하던 국제중재 시장에서 한국의 국제중재 변호사들이 국제중재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에도, 대부분 로펌에 소속돼 있어 독립성이 요구되는 전담 중재인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기업이 해외에서 경제적 성과를 이루더라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의 결정은 한국 기업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서구의 중재인이 판정을 내리는 한계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국제중재 재판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25년간 이끈 김앤장 국제분쟁해결팀을 떠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세계 국제중재의 중심지인 미국, 영국,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 등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할 예정이다.

한 국제중재 변호사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박 변호사가 독립적인 국제중재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한국 중재의 격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런 도전 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시아에서 박 변호사같이 전문성, 인지도, 독립성을 가진 소수의 사람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1994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박 변호사는 한국에서 국제중재가 활발해진 1997년 김앤장에 합류해 국제무대에서 한국 국제중재를 대표하는 법조인으로 성장했다.

박 변호사는 2010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아시아·태평양평의회 평의원으로 임명됐고, 상임위원을 거쳐 201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LCIA 부원장에 선임돼 5년간 수백명의 중재인을 임명했다. 또 세계변호사협회(IBA) 중재위 부의장, 아시아·태평양 중재그룹(APAG) 창립의장, LCIA 아시아·태평양평의회 의장,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외환위기 사태 직후 ICC 중재사상 남미 관련 최대 규모의 사건으로 기록된 기아자동차 브라질 중재 사건에서 완승하며 박 변호사는 M&A, 에너지, 금융, 라이선스, 조인트 벤처, 해외투자 등 국제 거래의 전 분야에 걸쳐 국제분쟁 분야 최고의 변호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박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는 우수한 중재전문가들이 있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분쟁해결에 역할이 있다"며 "한국을 기반으로 한 중재인으로서 세계의 중재중심지로 진출해 한국의 신인도를 높이고 세계중재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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