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3연임 앞둔 시진핑이 뜬금없이 '개인 자본'을 언급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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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2-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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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보아오 포럼' 개막 연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난 4월 21일 베이징에서 화상을 통해 '보아오 포럼'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올해 보아오 포럼은 이날부터 사흘간 '감염병과 세계'를 주제로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지난 4월 30일 저녁 7시(베이징 시각) 중국 관영 중앙방송의 전국 연결 네트워크 뉴스 신원롄보(新聞連播)는 뜬금없이 “중국공산당 중앙이 ‘자본(資本)’에 관한 집체학습(集體學習)’을 했다”는 뉴스를 톱으로 방영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이 했다는 ‘집체학습’이란 일본말로 ‘벤쿄가이(勉强會)’라고나 해야 할 집단 학습으로, 주로 정치국원 25명이 모여 전문가를 초청해서 당과 국가의 현안에 관한 학습과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이 집체학습은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잡아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래 당 지도부들이 수시로 모여 주로 자본주의 경제 이론에 관한 강의를 듣는 모임으로 이어져 왔다. 집체학습의 내용은 개혁·개방 초기에는 경제학 원론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현대 경제학 이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날 초청된 강사는 경제학자인 류위안춘(劉元春) 인민대학 부총장이었다. 인민대학은 19세기 말에 설립된 베이징(北京)대학·칭화(淸華)대학과는 달리 중국공산당이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이후 설립한 대학으로,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인민대학 발전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류위안춘 부총장 역시 인민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 학위를 모두 획득한 올해 50세의 소장파 학자로,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자본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로직이다”라는 주장을 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날 집체학습에 나온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논평은 뜻밖이었다. “자본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생산요소이며, 사회주의 시장경제 조건 아래에서 자본을 규제하고 발전시키는 문제는 중대한 경제문제이고, 중대한 정치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본을 규제하느냐 발전시키느냐는 문제는 중대한 실천의 문제이며, 중대한 이론 문제이고, 사회주의의 기본 경제제도와 관련된 문제로, 개혁·개방의 기본 국책을 견지하느냐, 그리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지속해서 공동 부유를 이룩하느냐에 관련된 문제”라고도 했다. 시진핑은 “자본의 규제와 발전의 문제는 국가의 안전, 사회의 안정과도 관련된 문제로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각종 형태의 자본과 자본의 작용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켜서 자본의 건강한 발전과 중요한 생산요소로서 자본의 적극적 작용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논평은 누가 들어도 자본의 규제보다는 자본의 적극적 작용 쪽에 방점이 찍힌 언급이었다. 중국 관영 중앙TV가 메인 뉴스인 저녁 7시 신원롄보의 톱뉴스로 내보낸 이유도 이 시진핑의 언급이 지금까지 시진핑이 중국 경제의 흐름을 자본의 중요성보다는 자본을 규제해서 사실상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가게 하던 흐름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강조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진핑이 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논평한 것은 2012년 11월 제18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선출돼 집권한 이래 시진핑이 중국의 현행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물줄기를 사회주의가 강조되는 쪽으로 유도하던 흐름과는 반대 방향을 잡은 것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중앙TV가 시진핑의 이런 연설 내용을 보도한 뒤 두 시간 남짓 후인 오후 9시 47분(베이징 시각) 온라인 판에 “시진핑이 개인 자본(private capital)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물론 규제의 틀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공동 부유를 달성하기 위해 자본이 감시되어야 한다는 틀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이긴 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이런 자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평은 최근 중국 경제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만연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달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끝내기 위한 준비 작업의 하나로 5월 1일 노동절 직후에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푸는 방안을 논의할 심포지엄을 중국 정부가 개최할 계획“이라는 뉴스까지 덧붙였다.

중국 경제 보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블룸버그 통신도 시진핑이 참석해서 논평한 중국공산당 정치국원들의 집체학습 소식을 “시진핑이 자본의 건강한 발전을 다짐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진핑의 논평은 (그동안 국유경제 부문 발전에 중점을 주던 중국 경제가) 사유경제 부문에 대해 부드러운 자세를 취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며, 자본의 발전에 더 많은 공간을 허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의 이번 논평은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과 부동산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거두고 경제성장에 강조점을 두는 쪽으로 정책 선회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중앙TV는 중국공산당 정치국의 자본에 관한 집체학습 내용을 보도하기 하루 전인 4월 29일에는 “정치국이 회의를 개최해서 당면한 경제 형세와 경제 공작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정치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우크라이나 위기가 형성한 리스크의 도전이 갈수록 증가하고, 우리 경제의 발전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상승하고 경제성장과 취업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형세 판단을 내렸다고 중앙TV는 전했다. 이와 함께 “경제 공작을 보다 더 잘하고, 민생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치국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5월 1일 시진핑이 최근 중국 정부가 오미크론이 확산돼 ‘제로 방역(動態淸零)’ 실행을 위해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에 대한 도시봉쇄(lockdown)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이 방역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말에 열릴 예정인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정치적 목표로 추구하고 있는 시진핑이 3연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시하던 제로 방역에 대해 최근 직접 언급을 피함으로써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중앙TV가 대륙 전역을 연결해서 동시에 송출하는 저녁 7시(한국 시각 오후 8시) 메인 뉴스 신원롄보의 흐름을 보고 있으면 시진핑이 지난해 가을 중국공산당 6중전회에서 역사결의를 통해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의 근거를 마련한 후 지금까지 달려왔으나 최근 들어 오미크론 방역을 위해 인구 2500만명인 상하이와 수도 베이징에 대한 제로 방역 실시 과정에서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푸틴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방문했을 때 약속한 긴밀한 협력 다짐도 올가을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과 관련해 시진핑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이른바 ‘제로 방역’을 강력히 밀어붙여 3연임으로 가는 큰 길을 연 것으로 보였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상하이와 베이징 봉쇄에도 2만명이 넘는 하루 확진자 증가 때문에 제로 방역을 포기할 수도 계속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지난달 30일 중국 내에 공개된 정치국 집체학습에서 “(1978년 12월 개최된) 당의 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이 실행된 이후 우리는 소유제 문제에서 전통적인 관념에서 탈피해서 자본을 중요한 생산요소로 보았고, 시장은 자원을 배분하는 도구로 보았으며, 사회주의 국가도 자본을 이용해서 경제사회의 발전을 추진해왔다”고 회고했다. 물론 시진핑의 이런 논평은 이날 초청 강사인 류위안춘 인민대 부총장이 자본에 대한 규제를 주장한 학자라는 점에서 자본에 대한 규제를 기본 전제로 깔기는 했으나 관영 중앙TV는 시진핑이 자본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한 쪽으로 논평했다고 14억 인민들에게 전한 점은 앞으로 중국 경제의 흐름과 관련해 잘 관찰해야 할 포인트인 것으로 판단된다.

 
[미니 박스]
중국 관영 중앙TV 톱뉴스에 나타난 시진핑의 최근 동정
 
뉴욕타임스가 지난 1일 “시진핑이 코로나 방역과 우크라이나 전쟁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keeps a distance)"고 보도한 사실과 관련해 중국 관영 중앙TV에 나타난 시진핑의 최근 동정. 관영 중앙TV는 시진핑의 동정을 거의 대부분 톱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5월 4일 : 5·4 운동 기념일을 계기로 본 시진핑 동지를 비롯한 당 중앙의 청년들에 관한 공작의 기록
5월 3일 : 시진핑 동지, 우주 개발에 관한 청년들의 관심에 대한 회신
5월 2일 : 1996년 푸젠(福建)성 당위원회 부서기 시진핑의 닝샤(寧夏) 혁명 성지 시찰
5월 1일 :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 과학기술 자립에 관한 시진핑 동지의 문장 게재.
4월 30일 : 당 정치국 집체학습에 참가한 시진핑,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
4월 29일 : 정치국 경제형세 분석 연구 회의에 시진핑 참석
4월 28일 : 시진핑 주석 5월 1일 국제 노동절 축하 치사
4월 25일 : 베이징의 인민대학 시찰, 홍색 유전자로 세계 일류 대학 건설 촉구
4월 23일 : 시진핑, 독서대회에 축하 편지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업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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