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빈곤 퇴치를 위한 단체들의 연합인 주빌리 USA 네트워크의 에릭 르콤트는 AP에 "높은 차입 비용과 통화가치 하락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려를 나타내며 올해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국 경제성장 전망을 지난 1월 전망치보다 크게 낮춘 3.8%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달러 가치 상승은 신흥국에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에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안전한 미국 정부와 회사 채권의 매력도는 더욱 올라간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 결국 달러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개발도상국 통화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로이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명 이상 통화전략가 대부분은 향후 12개월 동안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통화가치의 가파른 하락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다. 수입 식품과 다른 제품들에 대한 지불 비용을 높인다. 공급망 병목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곡물과 비료 운송을 방해하고 전 세계 식량 가격을 놀라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인도 기준금리는 인도중앙은행이 상업은행들에 대출할 때 적용된다. 인도는 총선을 앞둔 2019년 2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6.50%에서 6.25%로 인하한 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샤크티칸타 다스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물가 상승 압력이 하루하루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물가는 작년 9월 4.35%로 저점을 찍은 후 매달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5%를 넘어 5.66%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6.01%(1월), 6.07%(2월)로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높였으며,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칠레 역시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성장을 늦추고, 일자리 축소를 불러오고, 기업 대출자들을 압박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부채가 늘어난 정부들의 지출 능력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전보다 지급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이 밖에도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외국 상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감소시킬 수 있다. 신흥국은 무역수지까지 악화하면서 통화가치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미국에서 되살아나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올해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소위 연착륙을 통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만 금리를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다른 경제는 경착륙을 할 위험성이 크다. 개발도상국들은 연준의 빅 스텝이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릴리아나 로하스 수아레스 글로벌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연준이 좀 더 신속하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했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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