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다 사고당한 버스 견습기사…대법 "일 습득 과정,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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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5-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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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정식 채용 전인 수습기간 상태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도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용자에 종속된 채 정식 근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지휘·감독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 버스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보호급여 결정승인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수습 버스기사 A씨는 2015년 9월 마지막 테스트로 감독관의 지시 하에 운행하던 중 급커브 구간에서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해 허리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2018년 2월 요양급여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요양 승인 처분을 했다. 버스회사 측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버스회사가 A씨는 수습기사로 정식 자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버스회사는 서류심사를 마친 입사지원자에 대해 '노선 숙지→시험운전→취업·근로계약서 작성→시용기간'의 과정을 거쳐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왔는데, A씨는 '시험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근로자의 지위가 아닌 상태에서 입은 부상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1심과 2심은 A씨가 법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2심은 A씨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습득하기 위한 사용기간 중에 있었다며 근로자가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오전 5시30분께 A사 사무실에 출근해 지시에 따라 정해진 차량을 타고 노선을 숙지했다"라며 "회사에서 지정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그날 운행이 종료된 후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선 숙지기간 동안 '내일은 몇 번 버스를 타고 몇 시까지 나오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사고 당시에도 운전업무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며 "A씨의 노선 견습 기간은 실질적으로 버스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운전기사로서 근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사항을 습득하기 위한 시용기간으로서 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우월한 사용자와 종속적인 근로자의 지위에 비춰 A씨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임금을 받은 적 없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도 "A씨가 노선 숙지만 하고 직접 운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이는 버스회사의 이익을 위한 교육·훈련이거나 적어도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라는 지위를 겸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버스회사와 A씨 사이에는 시용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된 이상 시용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며 "제공된 근로 내용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훈련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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