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 '팔자'가 휩쓸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 역시 5.1% 하락해 2020년 9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투기성이 짙은 분야의 타격이 컸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장중 한때 10% 넘게 떨어졌고, 신규 상장 기업을 추적하는 ETF는 7.6% 하락했다.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가격도 덩달아 폭락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오후 5시 현재 8.4% 폭락한 3만6431.57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1월 기록한 최고가인 6만8991달러 대비 약 47% 하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3%를 돌파하며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에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27%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고치다.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75bp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면서 자이언트스텝에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안도하지 못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앞으로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란 공포가 투자 수요를 위축시켰다.
더구나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를 2.0~3.0% 사이로 넓게 잡았다. 그는 “장기 중립금리는 2~3%이고, 중립금리까지 빠르게 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며 “만약 더 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 인덱스의 애널리스트인 피오나 신코타는 전날의 상승세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날 S&P500이 2020년 이후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하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 연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TIAA 뱅크의 크리스 개프니는 “연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공격적인 속도로 긴축을 하고 있다”며 “더욱 타이트한 금융 여건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불확실성에 투자자들 배당주로 피신
디파이언스 ETF의 공동설립자인 실비아 자블론스키는 “정말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다음날 엄청나게 강세를 보이거나 그 다음 날 엄청나게 약세를 보이는 식으로 매일매일의 변화가 있는 점”이라고 했다.실제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올해 들어 14.60포인트(87.95%) 급등한 31.20을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배당주로 피신하는 모습이다.
75개의 배당주를 추적하는 아이쉐어코어 고배당 ETF는 올해 들어 3.9% 올랐다. 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13% 넘게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큰 폭의 상승세다. 해당 펀드에는 배당킹으로 통하는 엑슨모빌, 존슨앤드존슨, 코카콜라 등이 포함돼 있다.
WSJ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배당주가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올해 성장주를 기피하고 있다. S&P 500의 기술 부문은 올해 들어 19% 하락했다. 넷플릭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 등이 포함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부문은 24% 하락했다.
성장주 외에 중소형주, 채권, 가치주(수익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 역시 팔자가 대세다.
이로 인해 최근 몇 주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배당주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 기업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에너지 기업은 통상 배당금을 크게 지급하는데 올해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뱅가드 고배당 ETF의 경우 석유 및 가스 회사가 약 7.4%를 차지하는데, S&P500의 에너지 부문이 올해 45% 상승하면서 펀드의 수익률을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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