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할리우드 대작(블록버스터),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무대가 지구 '밖'이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 영화는 악당은 물론 주인공마저도 인간 아닌 외계인인 경우가 허다하니. 이들이 점점 지구 '밖'으로 떠나는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영웅 영화(히어로 무비)의 규모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때마다 나는 "이 이상 뭐가 더 있겠냐"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해마다 그 이상을 해냈다. 자동차를 끌고 우주에 가기도 하고 인구의 절반을 날려버렸다가 다시 되살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중심에는 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있다. 마블은 신, 인공지능 로봇, 외계인, 마술사처럼 현실성 없는 인물들을 실제처럼 느껴지게끔 했고 긴 시간 관객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끔 했다.
의구심을 놀라움으로 바꾸어놓기를 여러 차례. 마블은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하더니 이제는 '멀티버스(다중 우주)'까지 손을 댔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서다.
'블립(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인류 절반이 사라진 사건)' 이후 악몽에 시달리는 '닥터 스트레인지'. 5년이라는 공백은 세상을 혼란 속에 빠트리고 그의 삶도 뒤바꿔 놓았다. 연인이었던 '크리스 팔머'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것.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크리스 팔머를 찾아가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괴생명체의 등장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영웅'으로서 돌아서고 만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괴생명체에 공격받는 '아메리카 차베즈'를 구하고 이 과정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차베즈는 차원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두 사람은 다른 차원에서 만났다는 걸 알게 된다.
괴생명체의 공격과 차원의 균열로 세상이 위험에 처하자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의 구성원이었던 '완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모든 건 '완다'의 계략이었다. '웨스트뷰'(연인 '비전'을 잃고 슬픔에 빠져 가상의 마을에서 가정을 꾸리고 폭주했던 일) 사건 이후에도 상실감에 빠져있던 그는 두 아이를 그리워한 나머지 흑마법인 '다크홀드'를 탐구하며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다. 다른 차원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려고 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를 막으려 한다.
앞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통해 처음 소개된 뒤 지난 8년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서 활약했다. 2016년 개봉한 솔로 영화는 544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흥행 수익(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독보적인 인기 캐릭터기도 하다. 6년 만에 돌아온 '닥터 스트레인지'는 종전 소개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뤘던 '멀티버스'를 더욱 본격적으로 다루며 마블 페이즈4의 세계관과 무한한 확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 멀티버스와 시공간을 넘나들며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이블 데드' 시리즈와 '다크맨' '드래그 미 투 헬' 등 공포 장르로 이름을 알린 영화감독이다. 마블 히어로와 공포 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인 만큼 난해할 수 있는 '멀티버스' 요소들을 장르적으로 해석해 오락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손길이 닿은 '닥터 스트레인지'는 신비롭고 기괴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는 '마법사'와 '마녀' 캐릭터를 두고 자신의 장기인 공포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폭발적인 파괴력을 발휘한다. 샘 레이미 감독의 '장르 연출'은 기존 마블 영화의 메시지는 훼손하지 않되 전달 방식에서 저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여러 차원 속 '스트레인지'를 만나고 그의 선택에 혼란을 느끼지만 결국 '대의'를 선택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간 마블이 말해온 '영웅 서사'와 궤를 함께하고 '스칼렛 위치'의 분노와 압도적인 힘을 공포적인 요소로 담아낸다. 허나 그의 장르적 해석과 전달 방식이 기존 마블 팬들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작품과 캐릭터가 강한 잔상을 남겼다고 해서 그 작품과 캐릭터가 훌륭하다고 볼 수 없듯이.
또 '닥터 스트레인지' 솔로 무비임에도 그의 서사나 활약이 주요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호오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솔로 무비를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에게 이번 작품은 '멀티버스'와 '디펜더 스트레인지' '시니스터 스트레인지' '슈프림 스트레인지' 등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캐릭터와 확장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설정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 그러나 팬들의 기대만큼 기존 설정 등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것 같지는 않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디즈니 플러스 '완다 비전'의 연관성은 굉장히 높은 편이나 두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콘텐츠 관람에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 극 중 '완다'와 '닥터 스트레인지'가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간접적인 설명도 곁들인다. 물론 '완다 비전'을 본다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스칼렛 위치'에 관한 캐릭터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간략하게 언급되는 그의 '슬픈 역사'와 시청자들이 긴 시간 함께 지켜본 '슬픈 역사'는 다르지 않겠는가. '완다'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서 겪어온 희생과 슬픔, 분노, 사랑, 연대 등 다채로운 감정과 그가 느끼는 상실감이 응축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폭발하는 만큼 드라마를 통해 서사를 쌓아가는 게 좋겠다.
영화의 볼거리는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 공포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서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의 마법과 '멀티버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은 경이로운 정도. 특히 여러 차원과 시공간을 넘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차베즈'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볼거리를 선물한다. 지난 4일 개봉.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고 상영 시간은 125분이다. 쿠키 영상은 2개니 놓치지 말기를.
할리우드 대작(블록버스터),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무대가 지구 '밖'이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 영화는 악당은 물론 주인공마저도 인간 아닌 외계인인 경우가 허다하니. 이들이 점점 지구 '밖'으로 떠나는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영웅 영화(히어로 무비)의 규모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때마다 나는 "이 이상 뭐가 더 있겠냐"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해마다 그 이상을 해냈다. 자동차를 끌고 우주에 가기도 하고 인구의 절반을 날려버렸다가 다시 되살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중심에는 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있다. 마블은 신, 인공지능 로봇, 외계인, 마술사처럼 현실성 없는 인물들을 실제처럼 느껴지게끔 했고 긴 시간 관객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끔 했다.
의구심을 놀라움으로 바꾸어놓기를 여러 차례. 마블은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하더니 이제는 '멀티버스(다중 우주)'까지 손을 댔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서다.
괴생명체의 공격과 차원의 균열로 세상이 위험에 처하자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의 구성원이었던 '완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모든 건 '완다'의 계략이었다. '웨스트뷰'(연인 '비전'을 잃고 슬픔에 빠져 가상의 마을에서 가정을 꾸리고 폭주했던 일) 사건 이후에도 상실감에 빠져있던 그는 두 아이를 그리워한 나머지 흑마법인 '다크홀드'를 탐구하며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다. 다른 차원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려고 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를 막으려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이블 데드' 시리즈와 '다크맨' '드래그 미 투 헬' 등 공포 장르로 이름을 알린 영화감독이다. 마블 히어로와 공포 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인 만큼 난해할 수 있는 '멀티버스' 요소들을 장르적으로 해석해 오락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손길이 닿은 '닥터 스트레인지'는 신비롭고 기괴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는 '마법사'와 '마녀' 캐릭터를 두고 자신의 장기인 공포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폭발적인 파괴력을 발휘한다. 샘 레이미 감독의 '장르 연출'은 기존 마블 영화의 메시지는 훼손하지 않되 전달 방식에서 저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여러 차원 속 '스트레인지'를 만나고 그의 선택에 혼란을 느끼지만 결국 '대의'를 선택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간 마블이 말해온 '영웅 서사'와 궤를 함께하고 '스칼렛 위치'의 분노와 압도적인 힘을 공포적인 요소로 담아낸다. 허나 그의 장르적 해석과 전달 방식이 기존 마블 팬들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작품과 캐릭터가 강한 잔상을 남겼다고 해서 그 작품과 캐릭터가 훌륭하다고 볼 수 없듯이.
또 '닥터 스트레인지' 솔로 무비임에도 그의 서사나 활약이 주요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호오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솔로 무비를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에게 이번 작품은 '멀티버스'와 '디펜더 스트레인지' '시니스터 스트레인지' '슈프림 스트레인지' 등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캐릭터와 확장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설정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 그러나 팬들의 기대만큼 기존 설정 등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것 같지는 않다.
영화의 볼거리는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 공포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서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의 마법과 '멀티버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은 경이로운 정도. 특히 여러 차원과 시공간을 넘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차베즈'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볼거리를 선물한다. 지난 4일 개봉.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고 상영 시간은 125분이다. 쿠키 영상은 2개니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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