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배 사장은 정창수 전임 사장이 퇴임한 지 4개월 만인 2018년 5월 17일 취임했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낙하산 인사가 꿰차는 것은 관례처럼 굳어졌지만 공사 안팎에서는 신임 사장이 임명될 때마다 우려했다.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안영배 사장 역시 '낙하산' 인사로 불렸다.
2018년 7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영배 신임 사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결의에 찬 모습으로 간담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안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임직원이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조성하겠습니다. 공사 내 업무 형태와 휴가 문화 등 직장 문화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그는 "관광 여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선 직원 삶의 질이 높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안 사장의 운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안영배 사장은 취임식에서 강조한 것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갔다. 확실히 전임 사장들과 남다른 행보였다.
기존 월례조회를 '소통이 있는 아침 이야기'로 바꿔 조직 개편이나 인사 발령과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에 일반 직원들 의견을 수렴했고, 간부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혁신전략회의도 일반 직원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소통 채널인 'YB통(通)'도 개설했다. 입사한 지 10년 되지 않은 젊은 직원 중 '소통 리더'를 선발해 소통을 독려했고,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 토론방’을 신설하기도 했다.
소통 행보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수직적이지 않고, 동료를 잘 챙기는 수장"이라는 것이다.
임기 내 △관광 빅데이터랩 구축 △스마트관광도시 조성 △관광 홍보 디지털 전환 △평화관광센터 등 조직 개편 △숙박대전 통한 국내 관광 활성화 △여행 구독경제 서비스 운영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그를 연임으로 이끈 것은 '디지털 홍보 마케팅' 전략이었다.
2020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제성(바이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제작해 지역 관광을 전 세계에 홍보했다. 이날치 밴드 음악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안무가 조화를 이룬 이색 영상은 그동안 관광공사가 선보였던 홍보영상의 틀을 완벽히 깨며 전 세계를 열광케 했다.
'범 내려온다' 한국 홍보 영상이 세계적 흥행을 이끈 덕이었을까. 코로나19 확산세에 관광산업이 줄도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관광공사는 2020년 공기업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고,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임직원과 '소통'을 강조하며 사내 복지 향상에 힘쓰고, '코로나19'라는 악상황 속에서도 한국 관광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한 안영배 사장. 하지만 언론과는 '불통'을 선택했다.
다시 관광공사 사장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
새 수장이 오고 나서 열리는 기자간담회는 새롭게 수립·운영할 관광 활성화 정책 비전을 밝히는 자리인 만큼 이날도 국내 주요 언론매체가 총집결했다.
기자들은 일제히 노트북을 열어 신임 사장 발언을 적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안영배 사장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관광 활성화 대책을 위한 포부와 비전을 밝히는 자리가 직원 소통과 복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약(?) 실현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끝나버린 탓이었다.
'낙하산 인사' 꼬리표에 관한 소견을 물었을 땐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도 많이 다닌다. 여행에 진심인 사람이니 전문성을 의심하지 말라"며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기 4년간 공식 석상에서 안 사장을 만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한 번은 사내 복지 향상 각오를 다지는 취임 기자간담회였고, 두 번째는 관광빅데이터센터 신설 계획 등을 밝히는 신년 오찬 자리였다. 이 밖에 언론과 공식적 접촉은 전무했다. 언론 쪽에서 요청한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보다 관광공사 사장이 높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니, 그의 '불통 행보'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복지 향상에 힘쓰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 안 사장은 임직원 관점에서는 '훌륭한 수장'이었을 테지만 언론과 관광업계는 그를 이렇게 기억할 듯하다. 4년 임기를 유야무야(有耶無耶) 끝내고 유야무야(有耶無耶) 퇴임하는 사장으로 말이다. 그의 퇴임이 더없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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