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가 상승에 위태로워진 취준생..."학원비만은 안 올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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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5-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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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비·독서실비는 안 올랐지만 식비는 오르는 추세

노량진 학원가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학원·독서실비는 안 올라서 그나마 다행이죠."

최근 노량진 고시촌 인근에서 만난 행정고시 준비생 A씨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느끼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수험생이 밀집한 노량진 고시촌에 고시생과 취업준비생(취준생) 역시 세계 정세 변화로 생긴 물가 폭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8일 기자가 노량진에서 만난 고시생과 취준생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노량진 주요 학원과 독서실·고시원 비용은 최근 3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식자재는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른 모양새다.

앞서 만난 A씨는 "저는 통학을 해서 식비 고충은 적지만 다른 학생들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B씨도 "학원비 70만원과 독서실 비용 20만원은 아직 그대로라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노량진 인근 고시원도 아직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고시원을 이용하고 있는 이모씨는 "남자 기준 한달에 25만~30만원은 계속 유지 중"이라며 "'가격을 올린다'는 예고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노량진 취준생들도 식비 상승은 피하지 못했다. 노량진역 인근 학원에서 공무원 보건직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자주 다니는 식당이 모든 메뉴를 500~1000원 정도 가격을 올렸다"며 "매일 이곳 학원에 나와 하루에 1끼를 먹고 배가 고프면 간식을 먹는다. 1달에 5만원 지출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량진 고시생과 취준생들이 자주 찾는 식당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가격을 바꾼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량진역 근처 부대찌개 집 사장은 "올해 들어서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며 "이곳에 고시생과 자취생이 많은 것을 알지만 양을 조금씩 줄이다가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동이랑 식용유가 특히 많이 올랐다. 5000원 하던 것이 8000원 수준이 됐으니 조만간 가격을 다시 올릴 것 같다"고 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0)으로 전월대비 0.6% 상승했고, 전년동월대비는 3.7%로 지난달 3.6%보다 0.1%p 확대됐다. 식용유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21.96(2020=100.0)으로 전월대비 6.6%, 전년동월대비 18.6% 각각 상승했고, 육류 소비자물가지수는 112.86으로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10.1% 각각 변화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식당과 컵밥 판매 포장마차에서도 추가 가격 상승을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유제품, 식용유, 닭고기, 달걀 등 식자재의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하모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대부분 50% 이상 올랐다고 강조했다. 하씨는 "마가린 한 덩어리가 1000원 하던 것이 1700원이 됐고 식용유 1말통에 4만원 하던 것이 6만원이 됐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컵밥은 4000~5000원의 가격으로 가성비 좋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고시생이 자주 찾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베이컨 볶음, 닭고기 볶음 등 컵밥을 파는 김모씨는 "닭고기가 코로나 전 10㎏에 4만원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6만원이 넘는다"며 "조만간 500~1000원씩 한번 더 올려야 할 것 같다. 미안하지만 나 스스로 인건비도 안 나와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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