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의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국내 폐배터리 산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첨단과학단지 4000㎡ 규모 부지에 415억원의 국비를 투입, 2017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실증 사례 발굴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한 산업 성장과 함께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까지 이뤄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배터리의 안전성 확보부터 다양한 산업에 폐배터리를 적용하는 실증사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센터를 통해 회수한 전기차 배터리는 250개 정도며, 제주에서 나온 전기차 폐배터리는 전부 이곳에 모여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하나의 팩 형태로 이뤄져 있다. 팩은 여러 개의 모듈을 묶은 형태며, 모듈은 다시 여러 개 배터리셀을 묶은 형태로 구분한다.
제주시는 국내 1위의 전기차 수요를 자랑한다. 2만5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제주도에서 발생한 폐배터리가 2만1000개 수준을, 국내 전체로는 20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모듈 하나에 2.2~2.8kW의 전력량을 가지고 있어 2개를 확보하면 가정용 ESS(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이 가능하고 3개면 전기차 완속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전기차 충전소와 가로등, 농업용 차량, ESS, 양식장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8건을 실증‧적용하고 있으며, 차후 도내 관광산업과 재생에너지 등 각종 연계산업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안전성 시험을 위한 방폭동을 구축 중이다. 올해 말까지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를 더욱 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70여 종의 시험장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의 시험인증에 사용할 12종의 장비도 추가하는 등 관련 인프라 고도화를 점진적으로 이뤄가겠다는 포부다.
센터를 나오자 대형 ESS를 확인할 수 있었다. 르노코리아차 ‘SM3’와 현대차 ‘아이오닉’의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28개의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해당 ESS는 센터 내 전기차 충전에 활용하며, 태양광 에너지로 발생한 전기까지 저장한다.
이 팀장은 “도내 폐배터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부터 배터리의 타 지역 반출을 위한 평가 기준과 운송 기준 마련, 배터리 인증 시험 대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라며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제주도가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에 오른 것처럼 폐배터리 산업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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