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지방선거는 전례 없는 대전쟁이다. 대선 주자들이 휴식 없이 그리고 명분 없이 대거 참전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지역에 공천됐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하면서 사퇴한 지역구다. 이 고문은 대선 패배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사실상 정치 전면에 나선 셈이다. 지역구 후보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총괄선거대책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업무를 마무리하고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선 막판 단일화를 하기는 했지만 주요 후보였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한다면 안 위원장 역시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례없는 대선 2차전 그리고 연장전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인물만 하더라도 이 상임고문을 비롯해 민주당에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등이 있고 국민의힘에는 안 위원장을 포함해서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있다. 전직 당 대표로는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정현 국민의힘 전남지사 후보 등이 있다. 여기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유력한 향후 대선 후보급이다. 대선이 끝난 지 아직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여야 모두 지방선거에 대거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신구 세력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상태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을 결정짓는 선거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고 판세 역시 역대 대선 이후와 다르게 양대 정당 사이에 팽팽한 국면이라 출마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다.
대선 2라운드인 지방선거에서 보궐 국회의원 자리에 이재명 고문이 올라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패배 이후 자숙과 충전의 결단이 없다는 맹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선 연장전에 참전하는 까닭이 있을까. 첫 번째는 ‘선거 위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구도인데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 통과 이후 민주당은 지지율에 타격을 받고 수도권 판세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지난 2~4일 실시한 조사(5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지방선거 성격을 물어본 결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52%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견제’라는 응답은 39%로 나왔다.
국정 안정론이 정권 견제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둘째는 ‘정치적인 외연 확대’다. 신구 세력 간 갈등이 전쟁처럼 첨예화하는 국면에서 잠자코 있어야만 되는 명분이 사라졌고 오는 8월에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려면 원내 입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천 계양을은 이 고문이 지난 대선 때 인천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지역이므로 당선 가능성도 높다. 셋째로 ‘자기 방어수단 필요’가 이유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 정부에서 대장동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광고비 그리고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용 의혹 수사 등이 진행되고 압박을 받을 때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귀중한 방어수단이 된다.
안 위원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으로 돌아가더라도 원내 자리가 없으면 당내 입지가 극도로 위축된다. 내년에 있을 당 대표 선거에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내에 입성해야 하고 그래야 정치적인 외연이 확대되고 향후 전개될 정치적 변동 과정에서 희생되지 않고 더군다나 합당한 이후 국민의힘은 의석 한 석이라도 아쉬우므로 토사구팽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비빌 언덕이 된다. 성남 분당갑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당선 가능성도 높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그렇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당장 자기가 살기 위해 지방선거에 참전한다. 그렇지만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와 이재명의 ‘운명’은 자신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죽고자 할 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진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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