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뉴욕증시에서 올해 들어 기술주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리프트를 비롯해 펠로톤, 넷플릭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아마존 등의 주가가 모두 30% 넘게 폭락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3% 떨어진 점에 비춰 하락폭이 어마무시했다.
기술주를 보는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기술주 하락세가 일시적인 후퇴일 뿐이라는 의견과 끝없는 하락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1조 6000억 달러(약 2041조 원)에 달하는 운용 자산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빅테크에 투자한 인베스코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케빈 홀트는 “시장이 무너졌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기술주 가치 고평가 우려 등 투자자들이 저금리 기간에 성장에만 너무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80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고용했다. 지난 5년 간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고용한 정규직 직원 수는 총 56만3000명에 달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메타,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20년에 벌어 들인 매출은 총 1조1000억 달러(약 1400조 원)로, 이는 네덜란드, 스위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수준을 능가한다.
이러한 기술 산업의 성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경제가 셧다운되면서 소비자 다수가 온라인 소매업체, 화상 회의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로 몰렸고, 이들 기업의 주가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올해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오프라인 매장들의 영업 정상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공급망 추가 차질 등 여러 악재가 맞물리며 기술주를 끌어 내렸다.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임금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반면, 소비자 지출은 위축시키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20여년 만에 가장 느린 분기별 매출 성장을 보고했고, 메타는 메타버스로의 사업 전환을 위해 대규모 신규 채용 및 투자를 발표한 지 단 7개월 만에 중고위급 직원 채용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가입자가 줄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540억 달러(약 69조 원)가 증발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이번 2분기에 최대 80억 달러(10조2000억원) 가량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규모 기업과 신생 기업의 상황은 더 나쁘다. 이베이와 엣시 등은 이번 분기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가 폭락했다. 전기자동차 신생 기업인 리비안 주가는 올해 들어 70% 넘게 폭락했다. 신속 배송 스타트업인 고퍼트, 투자 플랫폼인 로빈후드 등은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
인재 확보도 문제다. 기술 투자 회사인 넥스트 프론티어 캐피털의 창립자인 윌 프라이스는 “경쟁사에 직원을 빼앗기거나, 기존 인력을 잡기 위해서는 매년 8~9%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무 상황이 탄탄한 기술 기업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블랭키샤인 자산운용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로버트 샤인은 재무 상태가 좋은 기술 회사에 초점을 맞춰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금리인상을 우려했다. 그는 “금리가 계속해서 치솟는다면 기술주를 공격적으로 매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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