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본격 시행된다. 보유세 부담으로 매각 의지는 있었지만 높은 양도세율로 이를 망설였던 다주택자들로 하여금 매물을 시장에 출회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매물 증가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고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라 시장 방향성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적 유예 조치 시행을 앞두고 최근 일주일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물 증가 1위는 광주로 9333건에서 이날 기준 9844건으로 일주일 만에 매물이 5.4% 늘었다. 이어 서울이 5만4734건에서 5만5509건으로 1.4% 늘었고, 세종이 4808건에서 4866건으로 1.2% 증가했다. 경기도 역시 10만 6499건에서 10만7742건으로 1.1% 늘었다.
서울에서는 용산구가 981건에서 1025건으로 일주일 사이에 4.4%나 매물이 증가했다. 최근 신고가 거래가 다수 발생한 강남구도 4300건에서 4420건으로 2.7% 늘었고, 노원구·관악구·성동구 등도 각각 일주일 전 대비 매물이 2.3~2.4%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는 양평군(5.7%), 수원시 팔달구(4.1%), 과천시(3.0%) 순으로 매물 증가 폭이 컸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3만6288건에서 3만6692건으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매물이 1.1% 늘었다. 경남과 인천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2만2543건, 2만4046건으로 0.8%씩 매물이 늘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로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 일부가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0일 이후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이전을 하면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최고 45% 기본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이상 보유했을 때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아 양도차익을 최대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등기를 이전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 등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거래가 늘고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부동산을 처분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서는 분위기라 매물 출회 효과가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 예고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부담도 실수요자의 거래 위축을 낳는 요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 산정일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해 기간 내에 팔려면 더 싸게 팔아야 하는데 매도자가 그렇기까지 움직일지 의문"이라며 "매물이 나오더라도 규모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시장가격의 방향성을 바꿀 만큼 유의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주요 입지, 재정비사업 대상 주택보다는 비강남권, 비재건축 물건이 나오고 있다"면서 "최근 서울 외곽 지역 등은 매물이 증가하는 추세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분위기가 있어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집값 안정화에 큰 작용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도자는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매수 대기자들은 주택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집값의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아울러 금리 인상기라 급하게 매입 결정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급매물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 안정화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거래량도 기대 이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9일 기준)은 985건으로 전달(3월) 거래량인 1431건의 68% 수준이다. 무려 1년전 거래량(4월·3655건)과 비교하면 73.05% 줄어든 수치다. 아직 신고기한이 한달 정도 남았지만 거래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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