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PI)가 4월 들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식량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방향성에 이목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전쟁 종결 후에도 식량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4월 FPI 하락은 차익 실현을 노린 매도 물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국제 식량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식량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투자상품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밀과 옥수수, 대두, 설탕 등 주요 농산물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TIGER 농산물선물'은 전일 대비 0.97%(85원) 내린 868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KODEX 3대농산물선물'은 0.67% 하락했고 '메리츠 대표 농산물 선물'은 보합세로 마감했다.
작물별로는 밀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 ETN이 약세를 기록했다. 종목별 낙폭은 △신한 콩 선물 -1.50% △신한 옥수수 선물 -1.96% △KODEX 콩선물 -1.64% 등이다. '대신 밀 선물'은 2.61%(395원) 오른 1만55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밀을 제외한 농산물선물 상품 가격이 하락한 까닭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FPI가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FPI 하락 전환을 근거로 농산물 가격의 추세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선물 투자를 줄이면서 이들 농산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앞서 FAO는 지난 6일(현지시간) 4월 FPI가 전월(159.7) 대비 0.8%(1.2포인트) 하락한 158.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33.7이었던 FPI는 2022년 들어 1월 135.6, 2월 141.1, 3월 159.7로 3개월 새 19.44%(26포인트)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곡물(-0.4%)과 식물성기름(-5.7%)은 지수가 하락했지만 유제품(0.9%)과 육류(2.2%), 설탕(3.3%)은 전월 대비 상승했다. 또 곡물 중에서도 보리(2.5%)와 밀(0.2%)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일각에서는 농산물 선물과 FPI 하락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식량 가격 고공 행진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신들을 중심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면서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공급망 차질이 개선돼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높아진 농산물 가격을 소화하기 힘든 국가가 속출하면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AO는 4월 FPI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수요 전망 약화와 높은 비용으로 인한 글로벌 수입 구매 감소가 식물성기름 가격 지수 하락을 야기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전쟁의 여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식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올해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23% 감소한 2100만톤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생산량(3300만톤) 대비로는 36.36%(1200만톤)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수출량 중 12%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밀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끝나도 식량 생산 능력에 대한 훼손은 여전한 상황이고 식량안보를 둘러싼 국제 갈등이 심화되면서 구조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이제 식량은 단순한 자원이 아닌 안보와 관련된 자원이다.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였던 것처럼 식량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초 이후 식량 가격 상승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견인했지만 앞으로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가격 강세를 야기할 것"이라며 "최근 가격 하락은 차익 실현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식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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