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보다 경기 회복...다시 석탄 태우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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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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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력생산 70% 차지...에너지 56% 담당

  • 석탄 생산·화력발전 늘려 경기 살리기

  • 3월 3억9600만t 생산...전년비 15% 증가

  • 석탄 가격 급등에 탄소중립 계획 차질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쉽사리 석탄을 포기 못하고 있다. 중국에 있어서 석탄 소비는 단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 문제와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전력난에 크게 데인 데다 올 들어 경기 둔화세가 뚜렷한 만큼, 중국 당국은 석탄 생산·수입을 늘려 경기 회복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석탄 생산·수입 늘리는 중국
석탄은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56%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다. 특히 중국 전체 전력 생산의 약 70%를 화력발전소가 책임지는데, 화력발전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 석탄에 의존한다. 최근 국제 정세 급변으로 글로벌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석탄 가격이 뛰자, 중국은 석탄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중국 석탄 생산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석탄 생산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블룸버그는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3월 중국 석탄 생산량이 3억9600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2월보다 4.5%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로써 1~3월 석탄 생산량은 10억8000만t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0.3% 증가했다. 

중국 내 생산량을 늘리다 보니 수입량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1~4월 누적 수입량은 7540만6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다만 4월 석탄 수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인해 3월보다 늘어났다. 실제 9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격)가 발표한 4월 수출입 지표에 따르면 4월 중국 석탄 수입량이 2355만t으로 전월보다 43% 증가했다. 지난해 4월의 수입량은 2173만t이고, 3월의 수입량은 1642만t에 불과했다.

5월부턴 석탄 수입이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1일부터 수입 석탄에 대해 일시적으로 면세 결정을 하면서다. 지난달 26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5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수입 석탄에 대해 0%의 관세율을 임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간 무연탄∙코크스∙갈탄에는 3%, 유연탄 등에는 5~6%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석탄 생산과 석탄 화력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석탄 생산량을 3억t 증산해 공급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지난해 생산량(41억3000만t)보다 7%가량 증산하는 셈이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중앙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석탄 증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윈난성은 최근 2022년 에너지 공급 보장 시행방안을 발표해 연간 생산능력을 1000만t 이상으로 늘리고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간쑤성과 산시(山西)성 역시 석탄 자원 개발 및 생산·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석탄 가격 안정화에 '안간힘'...가격 상한선 설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등 공급망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108.35달러에서 1년 만에 t당 503.94달러로 365% 올랐다.

중국 당국은 자국 가격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은 일일 생산량 1260만t을 유지하고, 정기 계약의 석탄 가격을 t당 570~770위안(약 10만~14만원)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가 석탄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생산지별로 합리적인 범위의 가격 구간대를 설정해 상한선을 넘기면 불법 사재기로 간주해 단속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 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 가격국은 최근 회의를 소집해 석탄 가격을 안정시키고 사재기를 막기 위해 석탄 거래 가격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 발개위는 지난 1일부터 소급 적용하고 있다며 석탄의 중장기 거래와 현물 거래 가격의 합리적인 가격 구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 구간을 넘으면 불법 사재기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발개위는 석탄 시장의 가격 변화와 수급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석탄 가격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석탄의 중장기 계약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샤오핑 에너지산업 플랫폼 기업 수석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타임스에 "중국이 수입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와 비교하면 석탄은 자급률이 90%에 이른다"며 "글로벌 에너지 부족 현상이 모든 에너지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석탄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내시장에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석탄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분산돼 있다"며 "석탄 가격 범위를 통일시켜 전국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다운스트림(하방산업) 기업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국 금융당국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관련 특별 재대출 한도를 1000억 위안 늘려 3000억 위안(약 57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도 했다. 재대출 자금은 석탄 안전 생산과 저장, 스마트 탄광 건설, 녹색 고효율 기술 개발, 석탄 비축 능력 구축, 금융기관의 석탄 구입 등에 지원된다.
 
◆중국, 탄소중립 계획 차질 빚나..."대체 에너지 찾아야"
석탄 증산 방침에 따라 중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에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이른바 ‘쌍탄(雙炭)'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10년간 석탄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린보창 샤먼대학 중국 에너지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석탄 공급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만큼, 재생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를 찾고 개발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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