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용산 시대] 베일 벗은 '한국판 웨스트 윙'...권오현 카드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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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2-05-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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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 집무실...한 공간에서 소통 강화

  •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민관합동위 초대 위원장 내정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회장)이 2018년 3월 2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용산 시대'도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소통과 협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한국판 '웨스트 윙' 첫 카드로 권오현 민관합동위원장을 꺼내 들면서 민간 전문가 중심의 국정 운영도 베일을 벗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권위적이고 단절된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靑 구중궁궐 타파 위해 꺼낸 '용산 시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간 청와대는 국민과 단절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에 권한이 집중되는 등 권력의 핵심을 상징해왔다. 이와 달리 용산 시대 대통령 집무실은 담장을 허물고 낮은 울타리만 설치하는 등 개방성을 높였다.

특히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집무실과 같은 건물 1층에 배치하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직접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청와대가 본관과 브리핑룸으로 쓰이는 춘추관을 분리한 것과는 다르다. 74년간 대통령 거처이자 집무실로 쓰이던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된다.

용산 집무실은 미국 백악관 서쪽 별관인 '웨스트 윙'을 참고했다. 웨스트 윙은 대통령 집무실을 중심으로 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 업무공간, 각료 회의실, 기자실과 회견장 등이 한데 모인 공간이다.

용산 집무실 역시 집무실, 비서실, 회의실, 출입기자실 등을 청사 안 가까운 곳에 배치해 원활한 소통과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슬림한 대통령실' 기조에 맞춰 기존 3실 8수석 체제를 2실 5수석으로 재편한다.

이전 청와대 조직에서 정책실은 사라진다. 대신 정책실 역할을 맡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한다. 이는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기구로, 기존 청와대 핵심 인사 중심이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 민간과 함께 의제를 설정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실 대체할 '민관합동委'···尹의 픽 '권오현'

윤석열 정부에서 꺼낸 민간과 소통하는 첫 카드는 반도체 신화를 이룬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다. 정계에 따르면 초대 대통령실 민관합동위원장으로 권 전 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을 영입한 배경에는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추천과 함께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 분야 정책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향상에 정부 연구개발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중국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권 전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1993년 세계 최초로 64MB 메모리(D램)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있던 2017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권 전 회장 역시 소통을 강조한 인물로 알려졌다. 반도체사업부를 이끌 당시에는 분기에 한 번씩 직원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제품 개발과 생산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임직원을 상대로 경영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반도체사업부 실적과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한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직원 의견을 듣고 경영에도 반영했다.

이러한 권 전 회장을 민관합동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정부 기조는 물론 반도체 강국을 위한 국정 운영 전략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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