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4개국 외교 사절단을 잇달아 접견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경제·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외교전에 본격 돌입했다.
외빈 맞이 첫 손님은 경축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였다. 윤 대통령은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은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었다"며 "미국의 여러 동맹 중에서도 한·미 동맹은 가장 성공적인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엠호프 변호사는 "멋진 새 집무실에서 저희를 맞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축하드린다"며 화답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며 "(친서에) 취임 축하 말씀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동안 긴밀하게 대통령님과 협력하고 싶다는 뜻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2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소화하기 위해 방한한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대북 공조 강화를 중심으로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는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이어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면담하면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친서를 전달받았다. 윤 대통령은 하야시 외무상에게 "지난해 외무상 취임 이후 첫 방한이라고 알고 있다. 취임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만찬에서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아주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두 분께서 긴밀한 소통을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윤 정부에서 개선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 후보자와 하야시 외무상은 전날 회동에서 최근 지역 정세가 엄중한 가운데 조속한 한·일 관계 개선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한반도 상황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아래 한·일 간,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칼둔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행정청장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등을 차례로 접견했다. 왕치산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앞서 중국에는 정책협의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던 만큼 새 정부의 대중 정책 방향 등을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러시아는 경축사절단을 따로 보내지 않았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가 참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에 우리나라도 동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2월부터 장기화하는 가운데 당분간 러시아와는 적극적인 외교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도 만났으며, 이어 외빈 초청 만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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