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라가르드 총재는 슬로베니아에서 진행한 슬로베니아은행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ECB가 3분기 초 자산 매입을 통한 대차대조표 확대를 중단하고, 그 후 '머지않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어 '머지않아'는 "불과 몇 주를 의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어 "ECB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가 중요하다"며 이는 기업과 가계에 대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유지하거나 낮추고, 중앙은행을 신뢰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인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ECB 역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유로존 CPI는 전년 동기 대비 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CB 물가 목표치 2% 대비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 역시 ECB의 금리 인상을 확신하고 있다. 라인하르트 클루제 UBS 경제학자는 ECB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내년까지 예금금리를 1.25%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FT에 언급했다. 프레데릭 두크로제 픽텟자산운용 경제학자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7월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이라고 단언했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6년 가까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매기는 예금금리도 2014년 6월 주요 경제대국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린 뒤 2019년 9월 이후 역대 최저인 -0.50%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상승하면 비싼 주택을 보유한 시민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지역 부동산 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기간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주택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등 혜택을 부여한 가운데 최근 주택담보대출 총량이 크게 늘었다.
스웨덴은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도 69.1%로 매우 높은 편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중도 176.6%에 달하고 있어 금리 인상 여파에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국내 은행 총자산 중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덴마크의 은행 총자산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동부와 중부 유럽 국가들 상황은 이보다는 낫다. 동부와 중부 유럽 국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낮아 대부분이 직접 집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와 루마니아에서는 전체 가구 수 중 80% 이상이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 주택을 소유하기보다 임차한 사람이 더 많은 독일과 대대로 주택을 상속받아 자가 보유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 등도 금리 인상으로 받는 타격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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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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