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1세대 산증인...삼성家와 혼인 후 경영인으로 변신
범(汎) LG가의 2세대 경영인인 구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창업주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둘째딸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와 결혼해 삼성가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제일제당 이사(1964), 동양TV 이사(1964), 호텔신라 사장(1973) 등을 지냈다.
본가로 돌아온 구 회장은 럭키 사장, 금성사 사장, LG반도체 회장, LG건설 회장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를 진두지휘했다. LG의 근간이 된 주요 사업의 시작에는 늘 그가 있었다. '페리오'와 '드봉'이 바로 구 회장의 작품이다. 럭키 대표 시절에는 1981년 당시 처음으로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를 개발해 '국민치약'으로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회장을 지낸 21년간 아워홈을 이끌면서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0년 212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이런 아워홈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리한다. 그는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 못지않게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아워홈은 단체급식 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여기서 현재까지 레시피 1만5000여 개를 개발했고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 신규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버지 별세에 한자리 모인 자녀들...'남매의 난' 종지부 찍을까
구 회장 타계 후 가장 큰 관심거리는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셋째딸 구지은 부회장 간 갈등의 향방이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소원했던 4남매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챙기며 다툼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남매간 분쟁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극적 화해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지만, 빈소를 함께 지키며 갈등의 골을 좁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아워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셋째딸인 구지은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며 후계자 1순위로 꼽혔지만 2016년 구 전 부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운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구 전 부회장이 동생을 밀어내고 아워홈 대표에 선임됐으나 지난해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반격에 나서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재점화됐다. 구지은 대표는 장녀 미현씨, 차녀 명진씨와 힘을 합쳐 오빠의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미현씨 19.28%, 차녀 명진씨 19.6%, 막내딸 구 부회장이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장례 첫날 빈소에는 범(凡) 삼성가와 범LG가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날 오후 2시 35분께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데 이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함께 조문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범 LG일가도 침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열 LS 의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구광모 회장은 "집안의 큰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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