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2분기 IPO(기업공개)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했던 곳들이다. 최근 SK그룹 계열사 IPO는 그 어떤 대기업보다도 강력하게 추진되던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한 초석이 바로 계열사 상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K는 왜 시가총액을 늘리려 할까. 바로 지난해부터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에 따른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이다.
SK는 2025년까지 반도체 소재에서 세전영업이익(EBITDA) 2조7000억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1위 소재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그룹 전체 시가총액을 140조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이번 상장 철회가 유독 아쉬운 이유다. 아예 첫 단추를 끼우지도 못한 것이다.
SK 측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 상장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좋지 않은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주요 지수 하락 등 현재 시장 상황이 IPO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성공적인 IPO를 치러내는 기업이 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콘텐츠 전문업체 포바이포는 1800대 1이 넘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밴드보다 높여 잡기도 했다.
SK그룹 두 계열사와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가온칩스도 18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순항 중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좋으면 무조건 상장에 성공적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지수가 한창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시기에 SM상선과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수요예측에서 실패를 겪고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가 시장 탓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결국 가장 큰 원인은 고평가다.
SK쉴더스는 공모가를 선정하면서 비교기업으로 에스원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에스원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길 원했다. 에스원은 국내 보안업계 1위다. SK쉴더스는 미래 가능성을 보아 달라고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에스원도 있다.
원스토어는 더했다. 비교기업이 텐센트와 네이버, 넥슨 등이다. 원스토어는 회사가 생긴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보지도 못했다. 네이버 안 써본 사용자는 없어도 원스토어는 접속을 한 번도 안 해본 투자자들이 태반이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이 납득할 수 없는 비교기업 선정으로 몸값을 키우려고 하자 당연히 수요예측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연이어 SK 계열사가 고평가 논란 끝에 상장을 철회하자 이제 시장에서는 'SK는 거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SK가 시장 탓만 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정면돌파할 생각이 없다면 향후 SK 계열사 상장에는 색안경이 씌워질 수밖에 없다. SK의 냉정한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